녹취록에 담긴 참담한 실상…먹고 마시며 놀이처럼 선수 폭행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폭행 과정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최 선수의 유족은 1일 최 선수가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로부터 상습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폭행 과정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지난해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감독과 팀 닥터가 최 선수를 심하게 폭행하는 소리가 담겨있다.
팀 닥터는 최 선수에게 “나한테 두 번 맞았지? 너는 매일 맞아야 돼”, “그냥 안 했으면 욕 먹어” 등의 말을 내뱉으며 20분 넘게 폭행했다. 팀 닥터는 최 선수의 선배로 추정되는 선수를 불러 “너는 아무 죄가 없다”며 뺨을 비롯한 신체 폭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옆에 있던 감독은 팀 닥터에 “(술) 한잔 하시고 선생님. 콩비지찌개 제가 끓였다”고 말했다. 이에 팀 닥터는 “와인 좀 (달라)”고 답했다.
이들은 음주를 이어가며 최 선수의 뺨을 20회 이상 때리고, 가슴과 배를 발로 차고, 머리를 벽에 부딪치게 밀치는 등의 폭행을 계속했다.
감독은 최 선수에게 “짜지마. 닥터 선생님께서 알아서 때리시는데 아프냐”며 “죽을래 나한테? 푸닥거리 할래?”라고 계속 위협했다.
트라이애슬론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를 지낸 최 선수는 소속팀 감독에게 중학교 2학년 시절부터 지도를 받아왔지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 가혹행위 등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선수의 아버지인 최영희 씨는 “감독·팀 닥터의 폭행, 언어폭행, 학대도 있었고 (감독) 모르게 빵을 사 먹다 들켜서 선수 3명한테 빵을 20만 원어치 사 온 다음 그걸 다 먹어야 재우는 가혹행위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올해 초부터 최 선수와 함께 감독, 팀 닥터 등을 고소하고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을 넣는 등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 선수의 피해를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엄청 힘들어서 고소했는데 경찰 조사에서 애가 실망을 많이 했다. 때릴 수도 있고, 운동선수가 욕하는 건 다반사라는 식으로 수사했다”며 “지난 4월 스포츠인권센터에 이메일로 진정서를 넣었지만 동료들의 증언 거부 등으로 성과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대한철인3종협회는 최 선수의 사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며 다음 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유가족이 제기한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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