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린 사람이 멍들 정돈데”…국회 불려온 감독 “폭행 안했다”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6일 16시 30분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 A씨(왼쪽부터), 코치 B씨, 선수 C 씨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7.6/뉴스1 © News1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 A씨(왼쪽부터), 코치 B씨, 선수 C 씨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7.6/뉴스1 © News1
철인 3종경기(트라이애슬론) 유망주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에 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가 폭행 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으로 얼룩졌다. 폭행·폭언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감독과 선수 2명 등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부산시체육회 역시 회유 의혹을 부인했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긴급 현안질의에서 경주시청 감독 A씨와 남자선수 B씨, 여자선수 C씨를 향해 “혹시 피해자들과 또는 최 선수에게 사죄할 생각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A씨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 성실히 임했다. 감독으로서 관리 감독, 선수 폭행에 무지했던 부분들에 대해 제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B씨는 “(폭행이나 폭언을 한 적이) 없다. 죽은 것은 안타까운데 사죄할 것은 없다”며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그런 것이 아니라 폭행한 사실이 없으니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라고 답했다. 또 C씨는 “(최 선수를) 폭행한 적 없다. 일단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체위 긴급 현안질의에 앞서 열린 동료선수들의 기자회견에서는 “가혹행위는 감독만 한 게 아니었다”며 “팀의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폭행·폭언뿐만 아니라 국제대회 출전 시 개인비용 지출 요구 등 새로운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동료선수들과 기자회견장에 함께 섰던 이 의원은 감독과 선수들의 답변을 듣고 “동료, 친구가, 후배가, 제자가 사망했다. 무엇이 그렇게 당당하냐. 폭행, 폭언한 사실이 전혀 없고 사죄할 마음도 전혀 없다는 말인가”라며 “국회의원 생명을 걸고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A씨는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행 여부에 대한 추궁에도 “처음에는 못보고 소리를 듣고 뒤돌아봤다. 바로 (팀닥터의) 허리를 잡고 말렸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당 박정 의원이 녹취록 내용을 거론하며 폭행 여부를 추궁했지만 부인했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경주시체육회는 오직 팀닥터만 문제라고 한다. 그런데 고인이 남긴 메시지를 보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고 한다.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게 바로 은폐다. 지금은 조사할 때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할 때다. 누가 은폐했는지 책임자를 수사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경주시체육회가 폭행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답하자 도종환 위원장은 “지금 다른 선수들은 폭력 외에도 성적수치심을 느끼는 행동을 했다고 하는데 주요 정보가 없으면 어떻게 회의를 진행하나. 앞으로 무슨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냐”라고 언성을 높였다.

도 위원장은 A씨를 향해 “때린 사람이 찰과상과 멍이 생길 정도면 엄청난 상황이 있었던 것 아니냐. 가해자가 멍이 들 정도의 폭력이었다면 피해자는 얼마나 큰 신체적, 정신적인 폭력을 당했겠느냐. 그런 것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조치하지 않는 등 책임을 통감하지 않나”라며 “그런데 자꾸 부인하는 말을 하는 것이냐. 진술서에 다 나와 있지 않나”라고 추궁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부산시청 감독의 사건 무마, 회유 시도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전 의원은 질의 도중 동료 선수들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부산시청 감독은 “최 선수가 처음 왔을 때 경주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또 “최 선수가 이 일을 세상에 알릴 수 있도록 용기를 줬고, 저희 팀이 다 있는 데서 그 이야기를 했다”며 회유 의혹을 부인했다.

박정 의원은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가 이뤄졌고, 소위 팀닥터가 있다. 피해자, 피의자들 다같이 불러서 청문회를 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문체부 자체에서도 진상조사가 이뤄지겠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공개적인 진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단지 최 선수 일뿐만 아니라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진행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최 선수도 이런 것을 통해서 다시는 다른 어떤 곳에서 폭력이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여당의원들과 청문회 실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주무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마땅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책임져야 할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것이고, 기존 시스템은 새로 보강될 여러 시스템과 잘 작동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음달 출범하는 스포츠윤리센터는 수사 고발까지는 할 수 있지만 강제권 없는 조사만 할 수 있다”며 “스포츠인권의 독립기구로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센터에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폐·축소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3월에 고소장이 접수됐다. 그래서 검찰을 비롯한 유관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며 “그것까지 포함해서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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