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재 판사 “손정우 불송환, 사법정의 땅에 떨어져…결정한 자가 책임”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알린 여성 활동가들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사법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 News1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24)를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기로 한 법원 결정에 대해 현직 판사가 절차상 위법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사법정의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류영재 대구지법 판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며 손정우 불인도 결정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밝혔다.

류 판사는 “재판부의 불송환결정은 사법주권행사 및 자국민보호의 관점에서 내려진 결정인 것같아 현저히 불합리해 위법하다고까지 볼 순 없다”라는 점을 우선 지적했다.

류 판사는 법을 잘못 적용했다고까지 볼 순 없다고 입맛을 다신 뒤 “결과적으로 ‘사법정의 구현’이란 형사사법의 본질을 저버리게 만들었다”며 “그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감수해야 하고 그것은 결정한 자가 져야 할 책임”임을 분명히 했다.

류 판사는 “재판부가 밝혔듯이 손정우 사안은 미국 송환을 거부해야할 필수적 사안-예컨대 일사부재리나 공소시효완료 등에 해당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꼭 한국에서 처벌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어 류 판사는 “현저히 불합리해 위법하다고까지 하긴 어렵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다”고 했다.

이는 “4개국 공조수사, 31개국 수사협력을 통해 검거한 세계최대의 아동영유아 성착취물 유통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의 국제적 중범죄에 대해 이미 한국은 사법정의를 세우는 데 철저히 실패했다는 점”이라는 것.

류 판사는 “손정우가 저지른 범죄의 피해는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데도 한국의 사법이 사법주권을 행사한 결과, 중범죄는 경범죄가 됐다”며 “중범죄에 걸맞은 책임을 지우는 사법정의가 완벽히 무너졌다”고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한편 이번 한국 법원 결정에 대해 미국 법무부와 연방검찰은 커다란 실망감을 나타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