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64)의 빈소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정치권을 비롯해 종교계, 시민사회계 인사들과 시민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배웅했다.
○ 비통함 빠진 정치권 일정 ‘올 스톱’
여야 정치권은 이날 일정을 미루고 빈소를 찾았다. 이날 발표된 부동산 대책 관련 당정청 협의와 예산정책협의회 등을 취소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 후 빈소를 찾아 “저와는 197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40년을 함께한 오랜 친구”라며 “친구가 황망하게 떠났다는 비보를 듣고서 참 애석하기 그지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박 전 시장의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이 이날 빈소를 찾았다. 민주당 박홍근, 이학영, 남인순 의원 등 이른바 ‘박원순계’ 의원들은 오전부터 자리를 지켰다. 특히 박 의원은 슬픔에 빠진 유가족을 대신해 상주 역할을 하며 조문객을 맞았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도 예정된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조문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안식을 기원한다. 유가족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을 비롯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도 조문했다. 특히 전날 박 전 시장으로부터 “몸이 안 좋다”며 오찬 약속 취소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세균 총리는 “(당시 통화에서) 별말씀이 없었다. 서울 시민들을 위해 할 일이 많으신 분인데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에서도 추모 메시지가 이어졌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시장의 비극적 선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큰 슬픔에 잠겨 있을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11일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빈소를 찾아 예를 갖출 것”이라고 했다.
정계 원로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며칠 전 전화해서 한번 찾아뵙겠다더니 비보를 들어 충격이 크다”며 “고인의 의지와 열정을 후대가 잘 받들어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혜영 전 의원은 “유신 시절 수감됐을 때 박 전 시장이 소년수로 들어와서 항상 안타까웠다”고 했고, 손학규 전 민생당 대표는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새로운 획을 그으신 분”이라고 고인을 평가했다.
○ “유가족 몸 못 가눌 정도로 슬픔 빠져”
이날 빈소에는 박 전 시장의 부인인 강난희 여사와 딸이 자리를 지켰다. 영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들은 이날 빈소를 지키지 못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조문 후 기자들에게 “강 여사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큰 슬픔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인지 조문객들은 박 전 시장의 성추문 의혹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홍근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유서 공개 자리에서 “SNS상에서 악의적인 출처 불명 글들이 퍼지고 있다”며 “고인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됨은 물론이고 가뜩이나 충격과 고통에 빠진 유족들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해찬 대표는 빈소 밖에서 한 기자가 관련 의혹에 당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묻자 “(그런 질문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얘기라고 하느냐. 최소한 가릴 게 있다”고 한 뒤 질문한 기자를 쳐다보며 “××자식”이라고 했다. 이후 강훈식 수석대변인이 해당 기자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빈소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 등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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