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감염을 막아라” 광주 방역당국 사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3일 03시 00분


코로나19 지역 확산 막기 위해 15일간 2만3000건 검체 채취
의료진 방호복 입고 ‘무더위 투혼

12일 광주 북구 중흥동 효죽공영주차장 4층의 북구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2일 광주 북구 중흥동 효죽공영주차장 4층의 북구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2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중흥동 효죽공영주차장 4층. 파란색 의료용 방호복을 착용한 북구청 직원이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을 일일이 체크했다. 4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북구지역 선별진료소가 있는 곳이다. 선별진료소 앞에는 자가 격리 대상자 100여 명이 2m 간격을 두고 길게 줄을 섰다. 선별진료소는 긴장감이 흘렀고 의료용 마스크와 투명 안면가리개를 착용한 보건소 직원 20여 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광주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15일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128명이 나왔다. 이들 중 절반이 넘는 70명(55%)은 북구 주민이다. 코로나19 방역은 ‘진단검사-분석-치료-자가 격리’ 등 4단계로 나눠진다. 선별진료소는 진단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하는 첫 단추인 셈이다.

선별진료소를 방문하기 어려운 노약자 등을 위해 의료인력 2, 3명이 한 팀이 돼 직접 현장에 가서 진단검사를 하기도 한다. 문제는 방호복을 입은 의료인력이 아파트단지에 들어서면 민원 전화가 폭주한다는 것이다. 진단검사 대상자 집 앞에서 방호복으로 갈아입을 정도로 어려움이 많다. 홍순애 북구 보건행정과장은 “의료인력 50여 명이 하루 평균 500명의 검체를 채취한다”며 “2시간 정도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되는데 비까지 내리는 날이면 습기 때문에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북구청은 본관 3층에 자가격리자 관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민원 경험이 많은 일선 동사무소 사회복지계장 20명이 상주하고 있다. 확진자가 많은 탓에 북구는 자가 격리 대상자도 광주 5개 구 가운데 가장 많다. 7일에는 1942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12일 일곡중앙교회 신도 917명이 격리에서 해제되면서 그나마 줄었다.

김지령 북구 오치2동 복지행정계장은 “자가 격리를 처음 통보하면 상당수는 심리적으로 불안해한다”며 “격리 대상자를 안정시키고 자가 격리 수칙을 잘 지키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구청 직원들은 자가 격리 대상자에게 통보서를 전달하고 의료용품과 비상식량이 든 상자를 준다. 이후 하루에 두 차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전화로 격리 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한다.

문인 광주 북구청장은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했다. 매일 구청 직원들과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밤늦게 퇴근한다. 문 구청장은 “광주 5개 자치구는 단일 생활권이라 광주시와 함께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최근 15일 동안 2만3000건의 검체를 채취했다. 획진자가 줄지 않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깜깜이 감염’이 없다는 것이다. 박향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은 “중앙방역대책본부도 광주가 깜깜이 감염이 없는 것을 긍정적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호남권에는 빛고을전남대병원 등 확진자를 치료하는 8개 병원과 광주보건환경연구원 등 5개 진단기관이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더 큰 위기도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으로 이겨냈다. 시민들이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고 사전 예방 대책을 철저히 마련한다면 코로나19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코로나19#깜깜이#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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