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진 방역이 세계의 표준이 되었듯, 앞으로 보호복의 세계 표준을 제시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구 지역 주력산업인 섬유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사 위기에 처했지만 이를 기회 삼아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의 영풍화성㈜이다.
1995년 설립된 영풍화성은 직원 30명, 연매출 150억 원 규모로 지역 대표 섬유 염색 및 가공업체다. 대구의 섬유산업 전문생산기술연구원인 다이텍연구원과 대형 국책과제를 협업하면서 기술 역량을 쌓아왔다. 첨단 아웃도어 섬유인 고어텍스 생산도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해외 거래처 일감이 점점 끊겼다. 양성용 대표이사는 “매출이 갈수록 줄면서 사업전환을 모색해야 했다. 2010년 이후 먼지와 황사 등 환경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입는 마스크를 개발하자’는 새로운 목표를 세워 2015년부터 연구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왔다. 올 2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을 무렵 섬유업계가 위기를 맞았지만 영풍화성은 달랐다. 코로나19가 확산돼 세계 각국에서 의료장비 대란이 일어나던 때 영풍화성은 보호복을 1회용이 아닌 여러 번 입을 수 있도록 개발하기 시작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보호복을 직물인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었다. 보호복을 직물형태로 만든 것은 영풍화성이 처음이다. 수년간 연구해온 입는 마스크 기술이 밑바탕이 됐다. 기존의 보호복 대부분은 부직포여서 얼기설기 엉키기 일쑤고 오래 사용하면 훼손되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세탁도 불가능하다. 영풍화성이 개발한 직물 형태 보호복은 견고하고 내구성이 좋아 세탁해 다시 쓸 수 있다. 특유의 섬유코팅 기술로 가공 처리해 비말침투와 항균기능, 투습기능을 강화하면서 약 10회 재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입기 힘든 형태인 기존의 보호복 문제도 개선했다. 일반인도 착용하기 쉬운 바람막이 형태로 만들었다. 입고 벗는 데 30초도 걸리지 않는다. 코로나19 극복 의지를 담아 섬유 브랜드 명칭도 노비드(NOVID·NO + COVID19)로 지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4월에는 미국 뉴욕의 한 보호복 생산업체와 70만 야드(약 640km·11억 원 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보호복 개발 이후 처음으로 올린 수익이다. 이후 최근까지 영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업체 등과 9억 원어치 계약이 성사됐다. 주로 기업체를 대상으로 ‘B to B’(기업 간 거래)에 치중하던 영풍화성은 일반인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8일 온라인 쇼핑몰에 보호복을 출시했다.
양 대표는 “현재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납품 계약을 논의 중이다. 세계 유수 업체들과 계약을 추진 중이어서 성사되면 수백억 원 상당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영풍화성은 코로나19 장기화 시대에도 대비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평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보호복 개발에 나선 것이다. 양 대표는 “앞으로 여행과 운동 등 일상생활을 하면서 외투로 가볍게 입을 수 있는 형태의 보호복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의 섬유기업이지만 전 세계 보호복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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