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고소인측 회견]박원순 前시장 고소인 ‘피해자의 글’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어
저의 존엄성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놔”
경찰, 고소장 접수후 신변보호 조치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했던 서울시 직원 A 씨는 13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글 구석구석에서 고통스러운 심경을 드러냈다. 건강상의 이유로 이날 참석하지 않은 그는 ‘피해자의 글’이란 제목으로 A4용지 1장 분량의 글을 전해왔다. 현장에서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신 읽었다.
A 씨는 박 전 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진 것에 “숨이 막혔다”고 적었다. 서울특별시장에 반대했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13일 오후 기준 57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개탄했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 소식을 들은 뒤 “실망스러웠다”는 속내도 밝혔다. A 씨는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그는 또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라며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도 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다”며 오랫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련했다”며 “처음 그때(피해를 당했을 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다”고 했다.
A 씨는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며 “거대한 권력 앞에 힘없고 약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도 싶었다”고 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A 씨는 현재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고소장을 제출한 직후 신변 보호 전담 경찰관을 지정해 관련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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