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선수 폭행·폭언한 감독에 직무정지·수사의뢰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14일 12시 44분


서울시교육청, '학교운동부 미래 혁신 방안' 발표
가해자가 학생이라도 학교폭력법 의거 엄정 처리
중학교 운동부 기숙사 폐지, 훈련시간도 제한한다
중학생 선수, 국·영·수 등 점수 미달하면 출전 제약
고입 내신에 최저 학력 점수 반영…결석도 줄인다

서울시교육청이 감독 등 지도자가 학생 선수에게 폭언을 한 사실이 적발되면 중징계를 내리도록 징계 양정 기준을 강화한다. 가혹행위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의 사례가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교육당국은 선수들의 최저학력 미달을 막기 위해 대회 출전시 받을 수 있던 결석 일수를 올해부터 최대 40일 줄이고 법령상 최저학력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 선수의 다음 학기 대회 출전도 막는다.

서울시교육청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 학교운동부 미래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의 학교운동부 정상화를 위한 권고에 따라 마련된 방안이다.

◇가해행위 적발된 감독, 즉시 직무정지 및 수사의뢰…“폭력 용인 않겠다”

지난해 6월 스포츠혁신위원회는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 체육특기자 진학 제도 개편 등을 촉구하는 2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당시 위원회는 운동 기량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폭력, 성폭력, 장시간 훈련은 물론 학부모가 운영경비를 조달하는 불법적인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수용한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 서울 초·중·고 학교운동부의 훈련장, 경기장, 기숙사 그 어느 곳에서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 학생 선수를 대상으로 단순 폭언이 발생해도 중징계를 받도록 ‘학교운동부지도자 징계양정기준’을 손질한다. 감독 등 지도자가 가해자일 경우 즉시 직무정지를 명령하고 수사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체육협회 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다.

가해자가 학생인 경우에도 피해자와 즉시 분리하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운영하는 ‘학생선수고충처리센터’도 상시 운영하고 이달 15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집중신고기간을 갖는다.

학생 선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중학교 31개교에서 운영하던 학교 운동부 기숙사도 폐지한다. 고등학교 기숙사도 원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 선수로 제한한다. 주 1회 훈련 없는 날을 운영하고 1일 훈련시간도 제한한다.

훈련시간 제한 조치는 올해 권장 시행하다 내년 초·중에서 의무 시행하고 2022년에는 고등학교까지 확대한다. 초등학교 2시간30분, 중학교 3시간30분, 고등학교 4시간30분을 넘지 못하게 한다.

인권교육도 교육지원청에서 집합교육 형식으로 이뤄져 오던 형식에서 학교로 찾아가는 형태로 내실화한다.시교육청 관계자는 “집합형으로 교육을 받다 보니 실질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웠다”며 “담당자를 학교로 보내 교육을 실시하고 상담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도자의 인권 감수성을 함양하기 위해 행동강령을 제정한다. 학생선수 인권보호, 학습권 보장, 휴식권 보장, 진로선택권 보장, 청렴하고 공정한 지도자상 등이 담긴다.

◇중학생 선수, 주요 과목 기준 미달시 교육과정 의무 수강…고입에도 반영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지난해 권고에서 학생선수가 경기에서 우수한 실적을 올리려면 배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믿음은 잘못됐다며 운동 외의 진로를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은 내년부터 법령상 최저학력 기준에 미달하는 중학교 학생 선수가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대회에 나가지 못하게 한다. 학교체육진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일부 교과의 성적이 해당 학년 학생 전체의 평균 성적에 미달하면 최저학력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

구체적으로 국어, 영어, 수학 등으로 초등학교는 평균 점수 50% 미만, 중학교는 40%, 고등학교는 30%다. 예를 들어 국어 과목의 평균 점수가 70점이면, 중학교 학생 선수는 28점을 넘어야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다. 서울에는 지난해 기준 1728명(19%)의 최저학력 미달 선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에 미달한 학생 선수는 법에 따라 운영되는 60시간의 ‘런업 과정(Run-up)’을 이수해야만 대회에 나설 수 있다. 고등학교 선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 이를 담은 개정 규정은 올해 중 행정예고할 방침이다. 중학생 선수에게는 내년도 고입부터 체육특기자 자격을 부여할 때 최저학력을 반영한다.

대회 참가로 출석으로 인정받는 결석 일수는 당장 올해부터 줄인다. 현행 수업일수의 3분의 1(63~64일)에서 초등학교 20일, 중학교 30일, 고등학교 40일로 축소한다. 매년마다 출석 인정 결석 일수를 줄여나간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운동을 그만둔 학생의 90%가 체육계에서 중도 탈락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운동하는 학생들이 운동을 그만두게 돼도 제대로 된 취업과 진로를 갖도록 도와주는 게 교육청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학교 운동부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도록 스포츠 리터러시 교육에도 나서고 지도자들의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 예산도 증액해 편성할 방침이다. 또 ‘승리수당’ 등 불법찬조금 조성, 후원회 경비 책정 제한 기준을 마련하고 위반 사항이 적발될 시 경중에 따라 징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엘리트체육의 성과주의 한계로 드러난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며 ”학생 선수, 학부모, 지도자, 학교관리자, 체육회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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