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의 진원지였던 인천 서구 지역의 수돗물에서 이번엔 유충이 잇따라 발견됐다. 14일 서구 일대의 맘 카페 등의 소셜네트워크(SNS)에는 수돗물에서 걸러낸 유충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이 게시글과 함께 연이어 올려지고 있다. 마전동에서 찍은 동영상에는 수도꼭지 필터에서 기어 나오는 유충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검암동 주민은 목욕탕의 사워기 필터에서 발견한 유충 사진을 공개했다. 한 맘 카페지기는 “주민들이 11일부터 유충 발견 사실을 카페에 알리기 시작했고, 13일부터는 집단 민원 형태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검암동에 사는 주민 A 씨는 “유충이 나온다는 소리를 듣고 수도꼭지 필터를 확인해보니까 누런 색깔의 벌레가 나왔다”고 말했다. 유충은 누렇거나 붉은 색을 띠고 있고, 맨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0.5~0.8㎝ 크기였다.
인천시에 따르면 서구 왕길동의 한 빌라 주민이 9일 “수돗물에서 유충을 발견했다”고 첫 신고를 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 전문가 등 9명을 급파해 잔류염소 농도 등에 대한 1, 2차 현장 점검을 벌였지만 ‘수돗물에 이상이 없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13일까지 유충이 나왔다는 민원 10여 건이 접수됐다. 인천시는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환경청과 함께 긴급 비상회의를 열고 합동 조사에 들어갔다.
유충 발생 신고지역은 공촌정수장에서 직수로 연결되는 서구 왕길동, 당하동, 원당동 등의 2만8262채 빌라지역(다가구,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으로 확인됐다. 공촌정수장은 서구와 영종도, 강화도 23개 동, 1개 읍, 8개 면의 급수권역에 하루 평균 27만6900t의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유충이 연이어 나오자 13일 오후 11시부터 정수처리 공정과정을 고도정수처리에서 표준정수 처리로 바꾸고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인천시는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수돗물 음용 자제를 당부하면서 정화 수돗물인 ‘미추홀 참물’을 긴급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유충 발생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주로 빌라지대에 고인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천시교육청은 피해지역의 유치원 14곳, 초등학교 13곳, 중학교 6곳, 고교 5곳, 특수학교 1곳 등 39개 교육시설의 급식을 중단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유충 발생 원인이 밝혀지고,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판정이 나올 때까지 급식을 중단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난해 5월 30일 서울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의 전기설비 검사를 위한 수돗물 공급 체계 전환 과정에서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떨어져 서구와 중구 지역 26만1000가구, 63만5000명이 피해를 입었다. 박남춘 인천시장과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 7명이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직무유기, 업무상과실치상 협의로 고발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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