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울시 직원을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 여성’ 또는 ‘고소인’으로 지칭하는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비방, 모욕과 위협이 있었던 것에 대해 강한 유감를 표한다”면서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울시 직원을 ‘피해 호소인’ 또는 ‘피해 호소 여성’으로 지칭했다.
여성가족부가 같은 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피해자’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가부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울시 직원을 ‘고소인’ 또는 ‘피해 고소인’ 등으로 지칭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서울시 직원을 ‘피해 호소인’이라고 수차례 불렀다. 단, 심 대표는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이날 의원총회 발언을 게재하면서 ‘피해 호소인’을 ‘피해자’로 수정했다.
“이중 잣대”, “‘피해호소여성’은 불신의 뜻”, “증거 있으면 ‘피해자’”
이들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울시 직원을 ‘피해 호소인’, ‘고소인’ 등으로 지칭하는 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들이 과거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여성을 ‘피해자’라고 지칭했다는 이유로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터 ‘피해호소여성’이라는 말을 썼느냐”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쓰더니, 심상정 대표가 따라 쓰고, 이제는 민주당 의원들까지. 아예 용어로 확립이 되겠다. 도대체 왜들 이러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호소여성’이라는 말은 피해자의 말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뜻을 담고 있다. 그것은 아직 너의 주관적 주장일 뿐이라는 얘기다. 이 자체가 2차 가해”라며 “피해자의 증언을 딱히 의심할 이유가 없고, 가해자 역시 행동으로 그걸 인정했다면, ‘피해호소여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 우리가 김지은 씨를 ‘피해호소여성’이라고 불렀던가. 서지현 검사를 ‘피해호소여성’이라 불렀던가. <도가니>의 아이들을 ‘피해호소아동’이라 불렀던가. 도대체 언제부터 피해자를 ‘피해호소여성’이라 부르게 된 거냐”며 “피해자가 폭로를 해도 일단 안 믿어주는 세상, 그게 박원순 시장이 원하던 세상인가”라고 꼬집었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상당한 증거들이 복원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정도로 구체적 증거가 있다면, 사실은 ‘피해자’가 아닐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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