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눈으로 봐도 꿈틀꿈틀”… 동영상 인터넷 올리며 불안 호소
市 “활성탄 여과지서 발생 추정… 정수처리 기법 바꾸고 원인 조사중”
2만8000가구에 “마시지 말라”… 지역내 39개 교육시설 급식 중단
“수돗물에서 벌레가 기어 나와 꿈틀거려요.”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의 진원지였던 인천 서구 일대 수돗물에서 이번엔 유충이 발견됐다. 14일 서구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돗물에서 걸러낸 유충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이 게시 글과 함께 올라왔다. 주민이 찍은 동영상에는 수도꼭지 필터에서 유충이 기어 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욕실의 샤워기 필터에서 발견한 유충 사진도 공개했다. 한 맘카페 지기는 “주민들이 11일부터 유충 발견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고, 13일부터는 집단 민원 형태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검암동 주민 A 씨는 “수도꼭지 필터를 확인해 보니까 누런 색깔의 벌레가 나왔다”고 말했다. 유충은 누렇거나 붉은 색을 띠고 있고,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0.5∼0.8cm 크기였다.
인천시에 따르면 서구 왕길동의 한 빌라 주민이 9일 “수돗물에서 유충을 발견했다”고 첫 신고를 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 전문가 9명을 급파해 1, 2차 현장 점검을 벌인 뒤 ‘수돗물에 이상이 없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13일까지 ‘유충이 나왔다’는 민원 10여 건이 연이어 접수되자 인천시와 환경부는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수도지원센터, 한강유역환경청 직원을 현장에 보내 합동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깔따구’류의 유충으로 확인됐다. 공촌정수장 안 활성화 여과지에서 다량의 깔따구 사체가 발견됐는데, 합동 조사단은 현재 정수장 안 배수지를 내시경으로 바닥까지 조사하고 있다. 또 깔따구 사체와 유충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과는 17일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깔따구류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유충 발생 신고 지역은 공촌정수장에서 직수로 연결되는 왕길동 당하동 원당동 일대 2만8262채의 다가구·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이다. 공촌정수장은 서구와 영종도 강화도 23개 동, 1개 읍, 8개 면에 하루 평균 27만6900t의 수돗물을 공급한다,
인천시는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인체 유해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돗물 음용 자제를 당부했다. 정화 수돗물인 ‘미추홀 참물’도 긴급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수돗물 고도정수처리 기법을 최근에 개방식으로 바꾸면서 활성탄 여과지에 유충이 서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수처리 기법을 바꾸고 모니터링을 통해 정확한 유충 발생 원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피해 지역의 유치원과 특수학교, 초중고교 등 39곳의 급식을 중단했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난해 5월 말 서구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당시 인천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사태가 발생한 지 18일 만에 “부실한 초기 대응으로 사태가 확산됐다”며 공식 사과했다. 서울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의 전기설비 검사를 위해 수돗물 공급체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서구와 중구 26만1000가구, 63만5000명이 피해를 입었다. 박남춘 시장과 상수도사업본부 직원 7명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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