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조현병 환자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윤정인)는 존속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A씨(3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음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11월 19일 오전 1시 14분쯤 정선의 한 민박집에서 A씨는 112에 전화해 “아버지를 때렸어요”라고 신고를 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A씨의 아버지(60)가 숨져 있는 것을 보고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긴급체포 전후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경찰과 검찰은 A씨가 아버지, 친척 어른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환각을 일으켜 아버지를 수차례 폭행, 두부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고 A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부검을 통해 확인된 아버지의 직접적 사인에 주목했다.
부검 결과 아버지가 숨진 주된 이유는 외상성 두부손상으로 인한 출혈이었으나 A씨의 손이나 팔에서는 두부손상을 입히는 과정에서 발생했을만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A씨가 입고 있던 바지와 신고 있던 신발에서도 아버지의 혈흔은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설령 공소사실처럼 피해자를 수회 때린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의 원인이 된 두부손상이 이러한 폭행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A씨가 평소 조현병으로 사고장애, 지각장애 등의 증상을 보여 왔고, 사건 당시 만취 상태였던 점도 선고에 영향을 미쳤다.
A씨는 이 사건이 일어나기 1~4개월 전 ‘식당에서 스님 두 명이 죽었다. 자수하고 싶다. 사람을 때려 죽였어요’ 등의 내용으로 112에 수차례 전화를 했으나 모두 허위신고였다.
A씨는 사건 당시와 달리 재판 과정에서 “기억이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내가 범인으로 몰리는 게 너무도 억울하고 힘들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약 복용 중단, 음주 등으로 조현병 증상이 매우 심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아버지를 때렸다거나 죽였다는 취지의 발언은 종전에도 여러 번 있었던 허위신고와 같이 조현병 증상의 발현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의 두개골 골절이 민박집 3층에서 추락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술을 마셨던 3층 거실의 창문은 높이가 높지 않다”고 했다.
A씨는 존속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았으나 구치소 수감 중 자살을 시도하다 교도관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중과실치상)는 유죄로 인정돼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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