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무죄’ 왜?…“의붓아들 살해범 아닐 합리적 의심 배제 못해”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15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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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진행되는 15일 오전 제주지방법원에서 고유정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2020.7.15/뉴스1 © News1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진행되는 15일 오전 제주지방법원에서 고유정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2020.7.15/뉴스1 © News1
제주판 살인의 추억이라 불리는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이어 고유정(37) 의붓아들 사망 사건 역시 1심과 항소심에서 잇따라 무죄가 선고됐다. 전 남편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이 내려졌다.

재판부가 의붓아들 사망사건에 무죄를 선고하며 내린 이유를 요약하면 “피고인이 범인이 아니라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고인 범인이 아닐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의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거’를 검찰이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범인을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 일부 간접증거와 의심되는 정황이 있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가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근거는 크게 사망원인, 사망추정시각, 범행동기, 범행방법 크게 4가지다.

가장 핵심이라 할 사망원인에 2심 재판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외부인이 들어온 흔적이 없는 집안에서 아이가 누군가에게 고의로 눌려 숨졌다면 범인은 친아버지(현 남편) A씨와 고유정 둘 중 한 명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검찰은 세계 최대 미국립의학도서관 의학논문 1500만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내세우며 전세계적으로 만 4살 아이가 잠자던 성인에게 눌려 죽은 사건은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통계 자료일뿐”이라고 일축했다.

아이가 잠든 아버지 다리에 눌려 숨지는 ‘포압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A씨에게 옆 사람을 누르는 잠버릇이 있다는 고유정의 주장도 일부 받아들였다.

판사의 판결내용을 듣던 A씨는 재판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다만 이날 2심 재판부의 판단을 고유정이 범인이 아니니 아버지의 과실치사라는 결론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재판은 공소사실의 입증 여부를 따지는 것인데 고유정의 범행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양자택일 하듯 다른 한쪽이 범인이라는 판결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범행동기 역시 고유정과 A씨 사이에서 유산 문제 등으로 과격한 대화가 오고가기는 했지만 평소에는 화목한 모습도 보이는 등 정상적인 부부관계 범주에 있다고 봤다.

판결 내용을 보면 전 남편 살인사건에서도 제기됐던 검경의 초동수사 부실이 떠오르는 장면도 있었다.

청주 경찰은 의붓아들 사망 사건 초기 고유정보다는 아버지의 과실치사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이 의붓아들 사망사건의 용의선상에 오른 건 사건 발생 두달 뒤인 2019년 5월 전 남편 살해 사건이 발생하고 난 이후다. 살인사건의 명확한 증거를 찾기에는 시간이 한참 지나버린 뒤였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검경이 제시한 고유정이 사건 당일 새벽 깨있었다는 증거(인터넷 검색 기록)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증명력이 오염돼버렸다. 재판부도 이 점을 지적했다.

A씨 모발에서 검출된 수면제 성분도 사건 당일 고유정이 먹인 것인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1심에 이어 2심까지 무죄가 선고되면서 의붓아들 사망사건은 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심 재판부는 무죄 책임을 검찰에 돌렸다.

“검사가 제출한 간접증거들만으로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충분할만큼의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검찰이 상고하더라도 대법원은 사실관계가 아닌 법률이 제대로 적용됐는지를 판단하는 법률심이어서 무죄가 뒤지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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