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는 고위험인데 수영장은 저위험?… 헷갈리는 방역기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7일 03시 00분


고위험 활동 vs 시설, 분류 달라 혼선… 외식-물놀이 고위험 활동 분류
음식점-수영장은 방역기준 안높여… 게임-공부는 저위험 속하지만
PC방-학원에는 QR코드 도입… 전문가 “업종 대신 세부기준 필요”

14일 오전 11시 50분경.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근처에 있는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앞. 점심식사를 하러 이곳을 찾은 인근의 직장인 등 15명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게 안 4인용 테이블 8개는 이미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밖에서 대기하던 손님들 중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얘기를 주고받는 이들도 5명 있었다.

가게 안 테이블 사이 거리는 1m가 채 안 됐다. 출입문 말고는 환기를 시킬 수 있는 창문이 없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손님들은 명부 작성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 가게는 전자출입 명부 작성 의무가 없다. 일반음식점이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 시설’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이 분류한 코로나19 ‘고위험 시설’과 ‘고위험 활동’이 서로 맞지 않아 국민들에게 혼선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험도가 높다고 분류된 활동을 하는 곳 중 고위험 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 있고, 위험도가 낮다고 본 활동을 하는 장소가 고위험 시설로 지정돼 있는 경우도 있다.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일상생활 활동별 위험도를 정해 발표했다. 외식과 물놀이, 노래, 운동이 위험도가 높은 활동으로, 게임이나 공부 등은 저위험 활동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이런 분류가 방역당국이 앞서 6월에 지정해 놓은 고위험 시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놀이를 하는 수영장과 외식을 하는 일반음식점은 고위험 시설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음식점의 경우엔 뷔페전문점과 헌팅포차, 감성주점만 고위험 시설로 지정돼 있다.

14일 오후 5시경,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한 어린이수영장. 이곳을 찾은 8세 이하의 아이들과 부모들도 전자출입 명부를 작성하지 않았다. 수영장에는 50여 명의 어린이가 있었다. 대기실에는 아이들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대화하고 있었다. 수영장 직원은 “코로나19 발생 후에도 수강하는 아이들은 줄지 않았다. 하루에 200여 명의 아이들이 온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15일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한해 PC방을 고위험 시설로 지정했다. 그런데 이달 8일 일상생활 활동별 위험도를 분류하면서 게임은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해 놨다. 서울 송파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위험시설 지정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감염 방지를 위해서라면 손님이 많은 음식점이나 다른 업종도 고위험 시설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위험도를 평가하면서 일관된 원칙을 적용하지 않으면 국민도 방역수칙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업종별 분류 대신 세부 방역수칙 준수 여부에 따라 고위험 시설을 정하고 고위험 시설로 지정된 업체라도 내부시설 리모델링 같은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명부 작성 의무를 면제해주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코로나19#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방역기준#세부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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