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6일 7대 5의 의견으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대법원 판결을 놓고 정반대의 평가를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결정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의 자유 크게 신장시킨 역사적 의미”라며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하며 대법원의 결단에 경의 표한다”고 했다. 이어 “선거법이 과도하게 선거를 규제해 각종 활동이 과도한 수사권 대상이 되는 건 바람직 않다는 대법원 판단에 주목해야 한다”며 “선거가 끝나면 각종 소송과 재판이 범람하는 현실은 정상적이지 않고 국회도 나서 이를 해결하겠다”고도 했다.
반면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이 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판했다. 통합당 성일종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허위 표현을 하지 말라고 법이 있는 것인데, 법이 사문화됐다. 이 허위 표현에 의해 직을 잃었던 의원들은 뭐라고 하겠느냐”며 “분명히 이것은 정치적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영환 전 의원은 “이제 TV토론에서 거짓말을 해도 무방하다는 게 판례로 남았고 허위사실 유포죄는 사문화됐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공표’의 의미를 명확히 한 판결이란 입장과 ‘결론을 미리 정해둔 판결’이란 비판이 충돌하고 있다. 대법원 전합이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핵심 이유는 ‘자신에게 불리한 점은 숨기고 유리한 사실만 말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을 포함한 7명의 다수의견은 “공표란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림, 즉 공개발표를 뜻한다”며 “의사소통이 공연하게 행해지는 모든 경우를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고 밝혔다.
2018년 5월 KBS 토론회에서 이 지사는 상대방 후보의 질문에 짧게 답했다. 하지만 같은해 6월 MBC 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한 발언은 대법원 다수 의견에 따르더라도 공표에 포섭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사는 당시 “김영환 후보가 제가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어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는데 이는 각 후보자가 3분간 주도권 가진 토론시간에 나왔다. 또 상대 후보자의 질문에 반박하는 형식도 아니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상대방 후보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도 아니었던 당시 MBC 토론회에서 나온 이 지사의 발언은 ‘공표’에 해당하는데도 의도적으로 판결 결과를 위해 무시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법관은 “대법원은 그동안 공직선거법 사건을 심리할 때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원칙 하에 사안을 판단해왔는데, ‘거짓이나 허위의 입을 푼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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