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15일 기준 조회수 200만 회를 넘긴 한 영상에 달려있는 제목이다. 이 영상에서 말하는 ‘이것’은 바로 유사성행위를 일컫는다. 태국마사지 업소에서 실장으로 근무했다는 이 유튜버는 안마사에게 이를 요청하는 방법을 세세하게 일러준다.
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건 지난해 8월. 불법행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1년 가까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청소년 시청을 막는 ‘연랑 제한 컨텐츠’로도 지정되지 않았다. 실제로 댓글을 보면 10대로 짐작되는 이들의 시청 후기가 적지 않다.
유튜브가 우리 사회에서 일상화된 건 오래된 일이다. 유명 유튜버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높다. 그들이 평범한 직장인 연봉의 수십 배를 벌어들이는 것도 낯설지 않다. 특히 큰 돈을 벌 수 있다보니 위 사례와 같은 황당한 영상도 범람한다. 자극적인 소재는 물론 조작 방송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엔 유튜브 생태계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이 지적되며 자정 노력이 필요하단 의견이 지배적이다.
● “배달원이 음식 먹었다” 조작 영상
115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A 씨(27). 그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배달업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것이다.
실상은 이렇다. A 씨는 당시 집에서 피자와 치킨을 주문해먹는 ‘먹방’을 촬영했다. 그런데 포장 박스 속 음식을 보여주며 “배달원이 음식을 몰래 빼먹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치킨은 베어 먹은 흔적이 남아있고, 피자는 2조각이 모자랐다. 그는 매장에 전화를 걸어 환불을 요구했지만, 해당 지점은 사과를 하면서도 환불은 어렵다고 반응했다.
당연히 시청자들 사이에선 큰 공분이 일어났다. 특히 업체 브랜드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도 나와 댓글에서 해당 브랜드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는 1일 “전국 매장에서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결국 A 씨는 당일 “생방송 중에 지인과 즉석으로 진행한 몰래카메라였으나 제 욕심으로 영상을 올렸다. 이로 인해 해당 브랜드가 피해를 입고 있다”고 실토하고 사과했다. 업체는 3일 A 씨를 서울송파경찰서에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때 구독자 50만 명을 넘기며 화제를 모았던 ‘동물 양육’ 유튜버도 조작이 들통 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버려진 고양이들을 입양해 예쁘게 키우는 것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5월경 주변의 폭로로 펫샵에서 분양받은 반려동물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심지어 고양이들을 굶기고 학대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수의학과 학생이던 운영자는 현재 동물보호법 위반과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운영자는 이후 자신의 채널에서 “욕먹어 마땅하지만 고양이들을 때리거나 굶기거나 방치한 적은 없다”며 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황당한 몰래카메라로 기소된 유튜버도 있다. 한 유튜브 채널은 올해 초 동대구역 인근에서 방역복 차림의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린 환자를 추적하는 내용의 영상을 촬영했다. 인근 시민의 신고로 경찰까지 출동했던 이 사건으로 채널 운영자와 촬영감독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 여섯 살 여아가 출산 연기까지
아동 권리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2017년 한 키즈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6세였던 채널 주인공 여아가 출산을 연기하는 영상과 아버지 지갑에서 돈을 훔치도록 연출한 영상 등이 문제였다. 서울가정법원은 운영자인 부모의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 채널은 지금도 구독자가 20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다른 키즈 유튜브도 아동 학대 논란이 일었다. 해당 부모가 어린 쌍둥이에게 10㎏짜리 문어를 통째로 먹게 하는 영상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성인도 먹기 힘든 대형 문어를 두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시청자들은 “너무 가학적”이라며 비난했다.
최근엔 정부가 운영하는 채널의 한 유튜브 영상도 청소년 성희롱 비난을 받았다. 진행을 맡은 한 여성방송인(29)이 중학생에게 “에너지가 많은 시기인데 그 에너지를 어디에 푸느냐”며 ‘자위행위’를 연상케 하는 선정적인 질문을 했다. 중학생이 웃어넘기려 하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까지 말했다.
정부 채널 측은 논란이 커지자 해당 영상을 삭제한 뒤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앞으로 유튜브 동양상 제작 시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유튜브와 방송을 넘나들며 인기를 끌고 있던 해당 방송인도 “자숙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 “조회수 유혹 떨치기 어려워…”
사실 유튜브는 조회수와 시청 시간이 광고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유튜버에게 ‘자극성’과 ‘화제성’은 쉽게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한 현직 유튜버 B 씨는 “유튜브를 보는 인원과 시간은 제한돼 있는데, 점점 영상은 늘어나고 있다”며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순식간에 이를 모방하는 이들이 쏟아질 정도다. 그렇다보니 점점 수위를 벗어나는 쪽으로 빠져들게 된다”고 털어놨다.
유튜브 채널을 기획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의 한 관계자도 “이미 유튜브 세상은 치열한 경쟁을 넘어 포화 상태다. 시장 진입 문턱이 갈수록 높아져 채널 개설 뒤 수익이 나질 않으면 불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콘텐츠를 만들려는 유튜버들이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 따르면 현재 유튜브엔 전 세계에서 1분마다 약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새로 올라온다. 불법 소지가 있거나 저작권을 위반하는 등 유튜브 자체 가이드라인을 어기는 영상은 자동 알고리즘으로 업로드 즉시 삭제된다고 한다. 하지만 조작 방송 등 교묘하게 이를 피해가는 영상은 제재가 쉽지 않다. 직관적으로 유해성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국내에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이런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불법, 유해성이 명백하면 올해 1월 출범한 국제공조점검단을 통해 유튜브에 삭제 요청을 한다”며 “하지만 올라오는 컨텐츠의 양이 방대해 일일이 모니터링이 불가능한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게다가 불법이나 유해성 여부가 확실하지 않거나 가치판단이 필요한 경우 삭제 요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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