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선후배 한집서 생활
3개월간 버는 돈 뺏어가고 ‘고문’
“부모 납치” 협박… 특수상해 구속
3월 경기 평택시의 한 원룸. 박모 씨(21)와 박 씨의 여자친구 유모 씨(24)가 A 씨(24)에게 욕설을 퍼붓고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A 씨가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박 씨와 A 씨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선후배 사이다. 한 달 전 군대를 제대하고 일자리를 찾고 있던 A 씨에게 후배인 박 씨가 먼저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면서 세 사람의 동거는 시작됐다.
A 씨는 일용직 노동을 하며 어렵게 생활비를 냈다. 하지만 박 씨와 유 씨는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A 씨가 생활비를 내기가 버거워지자 박 씨는 그를 쇠파이프로 때리는 등 날이 갈수록 폭력이 심해졌다. 가혹 행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유 없이 냄비에 물을 끓여 A 씨의 머리에 끼얹는가 하면 가스 토치로 등과 어깨를 지졌다. A 씨의 얼굴과 온몸은 불에 덴 상처로 가득했다. 두피는 벗겨져 고름으로 짓물러 있었다. 불에 덴 상처가 깊어 제대로 씻을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은 겁에 질려 떨고 있는 A 씨를 보며 휴대전화로 찍고, 깔깔거리며 웃기까지 했다. 심지어 3도 화상을 입은 A 씨를 ‘냄새가 난다’며 이틀 동안 화장실에 방치하기도 했다. A 씨는 생라면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고 화장실 세면대 물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두 사람은 A 씨에게 ‘부모를 납치해 장기매매를 하겠다’ ‘형제를 노예로 만들고 죽여버리겠다’고 협박도 했다. A 씨가 몸이 아파 회사를 그만두자 ‘손해를 입었다’며 3억5000만 원의 차용증을 쓰게 했고 ‘집에 가려면 돈을 갚으라’고 윽박질렀다.
A 씨는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박 씨와 유 씨는 5월 A 씨를 광주의 화상전문 병원에 입원시켰다. 2주 정도 있다가 A 씨를 퇴원시킨 뒤에는 인근 원룸에 감금했다. A 씨는 두 사람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지난달 18일 부모가 있는 전남 무안군으로 도망쳤다.
A 씨 아버지(58)는 “처음에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며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두 사람이 아들을 협박했다”고 말했다. 박 씨와 유 씨는 “혼자 다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증거물을 내밀자 혐의 대부분을 시인했다. 법원은 17일 오후 박 씨와 유 씨에 대해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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