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은 남편을 19년간 보살폈지만 폭력과 폭언에 시달려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던 60대 아내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68)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5일 오전 2시께 경기 구리시 한 아파트에서 남편 B씨(71)가 잠을 자던 중 목을 조르고, 운동기구로 머리를 내려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가족들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A씨는 2000년 B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게 돼자, 19년 동안 홀로 간병해왔다. 하지만 이 기간 B씨의 폭언과 폭력은 점점 심해졌고, 이에 A씨는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오랜 간병에 지쳐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자식들에게 짐이 될 것이 걱정돼 내가 죽기 전, 먼저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A씨가 44년 동안 부부로 살아온 남편을 살해한 것이다”며 “A씨는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고 미리 범행도구를 준비했을뿐만 아니라, 잠을 자고 있던 중인 피해자를 공격해 살해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의 유족인 자식들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은 매우 크지만 오랫동안 힘겹게 살아온 어머니마저 장기간 수감생활로 고통받을까 걱정하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관용이 허락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A씨는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왔다.
정 부장판사는 “A씨가 초범이며,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면서도 “A씨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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