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친인척과 3차례 식사 후 10명 감염…송파 50대, 동선 숨겨 피해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9일 21시 02분


보건당국 관계자가 19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송정역 지하철 역사 안에서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광주에서는 일부 확진자들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2020.7.19/뉴스1 © News1
보건당국 관계자가 19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송정역 지하철 역사 안에서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광주에서는 일부 확진자들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2020.7.19/뉴스1 © News1
서울 송파구에 사는 50대 여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로 광주의 시댁에 방문했다가 90대 노모와 초등학생인 조카 손주 남매 등 4대에 걸쳐 친인척 10명이 감염됐다. 이 여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방역당국에 동선을 밝히지 않았고 가족들에게 감염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아 친인척의 지인들까지 추가 감염되는 등 피해를 키웠다. 광주시는 “해당 확진자의 비협조로 방역 골든타임을 허비하게 됐다”며 이 여성을 역학조사 거부와 방해, 은폐 등의 혐의로 19일 경찰에 고발했다.

● 시댁 식구들과 3차례 식사 후 10명 감염

이날 광주시와 서울 송파구에 따르면 50대 여성 A 씨는 10일 광주시 남구에 있는 시댁을 방문해 친인척들과 이틀간 3차례 식사를 한 뒤 12일 서울로 올라왔다. 이 때만 해도 A 씨는 발열 등 별다른 증상이 없어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A 씨는 다단계 방문판매 확진자인 경기 부천시 179번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13일 확인돼 자가 격리에 들어간 뒤 15일 오전 7시 반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부천시 179번 확진자는 서울 관악구의 한 사무실에 방문했다가 13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A 씨는 이보다 5일 전인 8일 부천시 179번 확진자와 함께 전북 군산시에 있는 한 방문판매업체에 다녀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A 씨가 이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 씨에 의한 추가 감염은 심각했다. A 씨는 시댁에서 가족 17명과 함께 10일 점심과 저녁, 11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이들 중 A 씨의 딸과 친인척 9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90대 노모부터 동서, 시아주머니, 조카 며느리, 손주 남매 등 4대에 걸쳐 감염자가 발생했다. A 씨의 동서가 다니던 직업학교 수강생 1명과 A 씨의 조카 며느리가 근무하는 전화 보험 영업회사 동료 2명 등 지인 3명도 추가 확진됐다. 보험회사 직원 중 1명인 30대 여성은 전남 보성군의 첫 코로나 확진자여서 추가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 광주시, 동선 숨겨 피해 키운 A 씨 고발


A 씨는 확진 판정 후 동선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등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 또 함께 식사를 했던 시댁 식구들에게도 즉시 확진 사실을 알리지 않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보건소 관계자는 “A 씨가 동선조사에 비협조적이어서 역학조사가 힘들었다. 경찰을 통해 A 씨 휴대전화에 대한 GPS 추적을 한 끝에 A 씨가 광주에 방문했던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또 13일 자가 격리에 들어가 15일 아침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를 곧바로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A 씨는 송파구가 자신의 광주 방문 사실을 파악한 17일이 되서야 동서들에게 전화로 “확진됐다”고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동서 2명이 관할 보건소에 코로나 검사 문의를 하면서 A 씨의 광주 친인척 등 접촉자들에게 대한 진단검사가 진행됐다. A 씨와 접촉한 지 일주일이나 지난 때였다.

A 씨가 방역당국의 동선 조사에 성실히 임했거나 확진 사실을 가족들에게 신속히 알렸다면 친인척의 지인 등 ‘n차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는 19일 A 씨에 대해 역학조사 거부와 방해, 은폐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로 광주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광주시는 A 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광주 시댁 외에 A 씨의 추가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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