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직원 성추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9일 만에 서울시가 성폭력 매뉴얼을 새롭게 만들어 배포했다. 매뉴얼은 서울시가 2013년 처음 제작한 것으로, 박 전 시장이 임기 중 추진한 성평등 정책 두가지 항목이 삭제됐다.
20일 본보가 미래통합당 황보승희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17일 올해 제작한 ‘서울시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사건처리 매뉴얼’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이 매뉴얼에는 지난해 10쪽에 수록됐던 ‘성희롱·성폭력 없는 성평등 도시 서울 추진계획’이 통째로 빠졌다. 박 전 시장이 ‘시장방침 제49호’으로 추진된 정책이다. 2017년 말 ‘미투 운동’이 급속도로 퍼지자 서울시 직원뿐 아니라 시민 전체의 성폭력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듬해 3월 도입했다. 직전 매뉴얼에는 성폭력 사건처리를 위한 서울시 제도로 소개됐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할 때 ‘서울시 #WithU(위드유) 프로젝트’를 연계하라는 지침도 삭제됐다. 이 프로젝트도 ‘미투 운동’ 당시 직장 내 성희롱으로 고충을 겪는 청년을 돕자는 취지로 박 전 시장이 설계했다. 2018년 12월 열린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박 전 시장은 “많은 청년들이 성희롱으로 고통을 받지만 혼자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희롱, 성폭력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시민들 편에 서울시가 함께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시장은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을 수임했던 당시 이야기를 사례로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의) 기존 정책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미 제도 안에 녹아 있는 내용이어서 따로 넣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보 의원은 “서울시가 열심히 홍보하던 성평등 정책이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며 “서울시는 ‘박원순 지우기’에만 집착하지 말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통해 피해자 보호와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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