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보성 씨(31)는 5월부터 출퇴근 때 직접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고 다닌다. 얼마 전까지 ‘장롱 면허’였던 그가 운전대를 잡기로 마음먹은 건 최근 호기심에 들렀던 한 자동차 대리점에서 본 ‘사이드미러(측면 반사경)’의 기능에 반했기 때문이다.
‘후측방 충돌방지보조’라 불리는 이 기능은 김 씨가 항상 갖고 있던 차로 변경의 두려움을 한 방에 날려줬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해당 방향 뒤쪽에서 다른 차량이 다가오는지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김 씨는 “2000만 원대 차량도 이런 기능이 기본으로 장착돼 깜짝 놀랐다. 안전운전을 돕는 기능이 이렇게 다양한지도 처음 알았다”고 했다.
교통안전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관련법 등 교통규칙을 지키는 것이다.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신호와 속도 등을 잘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언제든 실수를 하며, 예기치 않은 위험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 최근 이런 운전 미숙이나 돌발 상황을 방지하는 자동차 첨단안전기능들은 크게 개선돼 교통안전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 美 “자동긴급제동장치, 사고 40% 이상 줄여”
국내외에서 자동차업계 등이 첨단안전장치 보급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간명하다. 교통사고의 예방 효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1년부터 5년 동안 ‘자동긴급제동장치(AEBS)’ 장착 유무에 따른 사고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AEBS가 있는 차량의 추돌사고는 미장착 차량보다 25.2%나 적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도 자동차에 AEBS를 탑재할 경우 후방추돌사고는 약 43%, 부상사고는 약 45%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AEBS는 사고 위험이 있는데도 운전자가 졸음 등을 이유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경우 차량이 스스로 멈춰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 국내에선 2017년 1월부터 출시된 대형 승합차와 화물차, 특수차 등에 이미 장착이 의무화됐다.
손해보험업계 등에선 승용차에도 AEBS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2022년부터 모든 차량에 AEBS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하고, 유럽연합(EU)은 2018년 이미 모든 차량에 AEBS 장착을 의무화했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이런 기술은 상용화된지 10년가량 돼 차량 가격 상승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서둘러 의무 장착을 논의할 때”라고 했다.
아울러 중앙선 침범이나 차로 변경 과정에서 사고를 줄여주는 ‘차로이탈경고장치(LDWS)’나 ‘차로유지지원장치(LKAS)’도 AEBS만큼 의무화 논의가 필요하다. 유럽은 2022년까지 ‘사각지대감지장치’ 등 12가지 첨단안전장치를 모든 신형 승용차에 의무적으로 장착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교통안전을 위한 첨단기능 장착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부터 출시하는 거의 전 차량에 ‘차로이탈경고장치(LDWS)’와 ‘후측방충돌방지보조’ 기능을 기본 적용한다.
2017년부터 적용 대상이 늘어난 ‘전방충돌방지보조(FCA)’도 이미 신차 고객 대다수가 이용하고 있는 첨단안전기술. 현대차는 국내 판매 차량의 FCA 적용률을 2017년 21%에서 지난해 64%로 끌어올렸고, 2022년까지 95%로 늘릴 계획이다.
○ 자율주행차보다 안전장치 의무화 먼저
국내외에서는 최근 첨단안전장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본에선 정부가 도요타나 닛산 등 완성차업체들과 협력해 첨단안전장치 장착 차량을 알기 쉽게 정리해 판매와 구입을 촉진하는 ‘사포카’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사포카란 안전지원차량을 뜻하는 ‘세이프티 서포트 카(Safety Support Car)’의 줄임말.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노년층 비중이 높은 일본의 특성을 반영해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줄이려 도입한 제도였는데, 지금은 안전한 차라는 보편적 의미로 인식된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도 전방의 차량과 보행자 등에만 작동했던 FCA 기능을 옆 차로나 교차로에서 좌회전할 때 차량이 접근하는 상황 등에도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최근엔 주차와 고속도로, 도심 등 3가지 상황에 맞춘 안전편의기능도 선보였다.
자동차 첨단안전장치는 현재 박차를 가하는 ‘자율주행차’와도 맞물려 있다. 현재 민간업체들이 개발 등을 주도하지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독려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자율주행차량 상용화가 멀지 않은 시점에서 일반 차량들의 안전도를 높이는 것 역시 핵심 과제”라며 “승용차를 포함한 모든 차량의 주요 안전장치 의무화를 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車전복때 ‘천장 에어백’ 0.08초만에 내부 감싸 ▼
첨단안전기술 개발도 가속도… 선루프 밖 튕겨나가는 사고 예방 뒷자리 탑승 여부 레이더로 확인, 통학차량에 방치 사고 막는 효과
2000년부터 201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는 차량 전복사고가 모두 1만3700여 건이 벌어졌다. 이 가운데 차 밖으로 탑승자가 빠져나오는 대형사고도 2400여 건이나 된다. 특히 ‘선루프’를 통해 이탈하는 사고는 머리와 목을 크게 다쳐 사망사고로도 많이 이어졌다고 한다.
바로 이런 상황에 착안해 만들어진 게 ‘루프 에어백(roof air-bag)’이다. 국내업체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자동차가 전복됐을 때 차량 천장 쪽에서 에어백이 뒤에서 앞으로 0.08초 만에 펼쳐지면서 운전자 등의 부상을 줄여준다. 당연히 충격도 완화시켜 주지만 선루프 바깥으로 사람이 빠져나가는 위험을 막아준다.
자동차 첨단안전장치는 당연히 ‘안전한 차’를 만드는 게 제1의 목표다. 이를 위해서 과거의 교통사고 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타까운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연구와 개발에 적극 투자한다.
최근 업계에서 ‘자동차 내 어린이 방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앞 다퉈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로교통법도 운전자 등 보호자가 직접 확인하도록 돼 있지만, 혹시나 생길 수 있을 실수를 막기 위한 기능이다. 대표적인 장치가 레이더를 이용해 뒷자리 승객 탑승 여부를 확인하는 ‘ROA(rear occupant alert)’이다.
ROA는 기존에 무게나 초음파 센서를 이용한 방식과 달리 담요에 싸인 영·유아나 동물의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2022년부터 탑승객 감지 기술을 신차에 의무 적용할 예정. 국내에서도 학원 통학 차량 등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한 관련업체 관계자는 “레이더 센서의 적용으로 탑승객의 미세한 생체신호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소음이 거의 없는 배터리로 움직인다. 하지만 이런 장점이 운전 중에는 주변의 보행자 등이 차량의 접근을 소리로 알기 어렵다는 단점으로 바뀐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근엔 별도 스피커를 자동차 전면부에 장착해 ‘인공적인 소음’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별도 장비를 장착해야 해 차량 설계에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가상엔진사운드’ 기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자동차 전면에 설치한 그릴을 진동판으로 사용해 별도 스피커 없이도 소리를 내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