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시행령 잠정안 내용 중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수사 착수 과정에 개입할 여지를 주는 조항이 포함된 것에 대해 검경 모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행령 잠정안에는 ‘검찰이 국가·사회적으로 중대하거나 국민의 다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을 수사 개시할 경우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준사법기관으로 기능하는 검찰이 정부에 예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청법상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만 검찰총장을 지휘하도록 하고 있다. 수사의 독립성을 위해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수사지휘를 하도록 한 것”이라며 잠정안이 검찰청법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와 기소의 최종 책임자는 검찰총장이고 법무부 장관은 보충적인 지위에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의 정신이 간과되면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수사 개시 단계부터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면 수사 대상에 대한 결정권이 사실상 정치권으로 넘어가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수사 개시 여부를 법무부에 보고하면 수사 대상자 모르게 은밀히 증거를 확보하는 ‘수사의 밀행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 역시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의 승인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수 있고 오히려 검찰의 수사 대상 확대를 용인하는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애초에 수사 대상을 대통령령에 명확히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공직자 비리 수사 대상을 ‘4급 이상’으로 한정하는 대목을 두고는 검경의 반응이 엇갈렸다. 검찰은 공직자 비리의 경우 통상 5급 이하 하급직 공무원부터 수사가 시작돼 윗선의 연루 여부를 밝히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사 대상을 기계적으로 제한하면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부패 범죄의 경우에도 검경 간 수사 범위와 대상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수사권 조정이라는 기본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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