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다 옮긴다’는 전면적인 이전을 목표로 여야 간 합의를 해야 한다.” (이낙연 의원)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반드시 같이 가야 성공한다. 또 다른 수도권이 전국에 2, 3개 정도 만들어져야 (부동산) 문제가 해결된다.” (김경수 경남지사)
21일 여권 주요 인사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면서 16년 만에 다시 ‘행정수도 이전론’에 불이 붙었다. 여권으로선 ‘상대적으로 낙후된 비수도권 발전’을 부각함으로써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부담감을 덜어내는 한편 동남권 신공항 등 지방 숙원사업을 해소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아울러 176석의 ‘슈퍼여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못 다 이룬 숙제를 풀겠다는 의지도 반영돼 있다. 다만 여권 내에서도 “서울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가 분명히 있는데 이를 외면한 채 갑자기 행정수도 이전 드라이브를 거는 건 ‘언 발에 오줌누기’격”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린벨트 해제 논의를 전면 백지화하면서 마땅한 수도권 공급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임시방편으로 꺼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날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서 처음 행정수도 이전을 언급한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도 “수도권 과밀화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다시 우리 사회가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완성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주요 정부 부처에 이어 국회와 청와대까지 세종시로 이전해 마치 미국의 워싱턴과 뉴욕처럼 정치·행정 수도와 경제 수도 이원화 계획을 그리고 있다.
과거 헌법재판소가 2004년 위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시대가 바뀌었고 여건이 바뀐 만큼 결정도 바뀔 수 있다”는 돌파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당장 반발하고 있지만 “지방 민심을 생각하면 결국 야당도 반대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김 원내대표가 국회 내 ‘행정수도완성 특위’ 구성을 공식 제안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합당 의원들도 선거 때 충청권 등 지역 표심을 생각하면 계속 반대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여야 합의를 통해 추진하면 다시 위헌소송이 또 걸리더라도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8·29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당 대표 후보들도 일제히 거들었다. 이낙연 의원은 이날 광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4년 헌법재판소 판결을 두고 당시에도 관습헌법이라는 논리가 이상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그 후로 16년이 지났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해서 추진하면 헌재도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자꾸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무슨 대책을 세워도 한계가 있으니 적어도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을 되살려 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이날 국회를 찾은 김경수 지사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해 “참여정부에서 추진할 당시 국회와 청와대까지 이전하는 것으로 했는데 위헌 판결이 나왔다”며 “행정수도 이전은 예정대로, 계획대로 하는 게 국가적으로도 필요하다”고 힘을 보탰다. 이에 박 의장도 “세종국회가 성사되면 국가균형발전의 역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지사는 지역 최대 현안인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참에 다시 한번 균형발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각자 집값 문제 해결, 지방 민심 달래기, 노무현 정부 과업 달성 등 의중은 다르지만 여권 핵심 인사들이 일제히 ‘천도론’에 힘을 실으면서 당분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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