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유충 접촉 시에만 알레르기·천식 등 보고돼"
"해외 사례에서도 유충이 머무른 물에서 증상 없어"
유충 발견 고도정수처리장, 표준정수공정으로 변환
전문가 "다른 형태 오염 장담 못해…악취 등도 초래"
"면역력 약한 계층은 당분간 수돗물 이용 자제해야"
환경당국은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깔따구 유충이 수돗물에서 발견됐다 하더라도 수돗물 자체엔 위험성이 없어 마실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유충이 나온 수돗물을 마실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지 장담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해 주목된다.
이처럼 환경당국과 전문가들의 입장이 서로 달라 유충이 발견된 수돗물 사용 여부를 놓고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등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 인천 지역의 수돗물 음용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깔따구 유충의 위험성도 밝혀지지 않았고, 깔따구 유충 발생 원인인 입상활성탄 여과지 과정도 중단된 상황이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현재 벌레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유충을 접촉했을 때 일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고는 보고됐지만, 물 속에 유충이 한 두 마리 발견됐다고 해서 그 물과 접촉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경우는 해외에서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당국은 유충이 발견된 고도정수처리장에서 나온 수돗물도 현재 생활용수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충 발견 즉시 표준정수처리 공정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현재 수돗물 안전에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표준정수처리 공정에선 원수(原水)를 ‘착수정→혼화지→응집지→침전지→여과지’ 과정을 거친 뒤 소독 처리해 정수지로 보낸다. 이 같은 공정을 거쳐 병원성 미생물과 탁도 유발 물질 등을 주로 제거한다.
그러나 공촌정수장과 같은 고도정수처리 공정은 기존 표준정수처리 공정 과정에 ‘오존 접촉조’와 ‘입상활성탄 여과지’ 과정을 추가했다. 즉, 고도정수처리 공정은 착수정에서 여과지를 거치는 과정이 표준 공정과 같지만, 여기에 오존 접촉조와 입상활성탄 여과지 과정을 더 거친다는 차이점이 있다. 공촌정수장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곳은 바로 이 입상활성탄 여과지 부분이며, 오존 접촉조는 현재 건설 중이다.
환경당국은 공촌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된 즉시 입상활성탄 사용을 중단하고, 여과지를 거친 후 소독 처리하는 표준처리공정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당장 수돗물 사용에 있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조치와 안전성은 활성탄 여과지에서 유충이 발견된 다른 정수장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신진수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환경부 정례브리핑에서 “유충이 발생한 활성탄여과지 처리공정을 폐쇄하고 표준처리공정으로 전환했다”며 “일반 처리공정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활성탄여과지에서 유충이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인천 지역 이외에도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된 지역의 수돗물에 대해서도 신 국장은 “현재 인천 외 지역에선 정수장 바깥에서 유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유충이 표층에서 검출된 이후엔 역세척을 하면서 오존을 투입했고, 여과지도 교체해 일반 가정으로 유충이나 깔따구 알이 흘러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에선 급·배수관로 상에 유충이 남아있을 수 있어 유충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다만, 환경부는 깔따구 유충이 수도관 내에서 증식하더라도 수돗물 공급과정을 오염시킬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깔따구 유충이 수돗물 내에서 섭취할 수 있는 유기물이 적을 뿐만 아니라 평균 20~30일 정도인 유충기간을 고려하더라도 유충의 오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또 깔따구 유충이 수돗물에서 발견됐다 하더라도 먹는물 수질기준을 초과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먹는물 수질기준 항목’에 깔따구 유충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먹는물 수질기준은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미생물, 건강상 유해영향 유·무기물질, 소독제 및 소독부산물질 등 61항목에 따라 정해진다.
신 국장은 “수질기준이라기보다는 위생상 관리기준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은 수돗물 수질기준 변경이 아니라, 수처리 공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방안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충이 발견됐던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는 환경당국의 설명과 달리 수돗물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최소한 음용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승일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21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일단 (깔따구 유충을) 먹었다고 해서 유해하다고 이야기하긴 어렵다”면서도 “양치나 음식 조리 시엔 수도사업소에서 물 공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에선 깔따구 유충이 나왔다는 건 그 물이 오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깔따구는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4급수 이하의 더러운 물에서도 살 수 있어 수질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종이다. 뿐만 아니라 깔따구 유충은 접촉 시 알레르기성 천식, 아토피, 비염 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현 녹색미래 사무처장은 “유충의 위해성이 정확하게 검증되지도 않았고, 유충이 일부 발견되고 있는데도 이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언급하는 건 일부 유충에 민감한 사람들까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고령자를 비롯해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당분간 수돗물 음용과 샤워 등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도 성명 등을 통해 “깔따구는 인체에 생존이 가능한 기생충류가 아니지만,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심각한 상황이며, 다른 형태의 오염이나 위해가 없는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깔따구는 수명이 짧아 사체가 쌓일 경우 악취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현재 만일의 안전을 대비해 깔따구 유충이 발생한 수돗물을 생활용수로는 사용하되 음용을 자제하라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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