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국 부서 슬림화’ 제주도 조직개편 급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3일 03시 00분


코로나 위기 극복 위해 조직 통폐합
의회 임시회서 개정안 상정 보류
“대권도전 도지사에 경고 의미” 분석

제주도가 추진하는 조직 개편과 기구 신설이 표류하고 있다. 하수, 환경, 주차시설 등을 통합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 설립에 대한 조례가 제주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제주도 실·국 부서를 슬림화하는 조직 개편마저 제동이 걸렸다.

제주도는 과감한 조직 감축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변화 양상에 대응하기 위해 유사·중복 기능을 통폐합하는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지난달 19일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제주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28일까지 열리는 임시회에서 조직 개편과 관련한 조례 개정의 상정을 보류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민주당 측은 의원총회 결과를 설명하면서 “시설관리공단 설립 연계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이번 회기에서 심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정 보류를 당론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의회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 도정에 전념해야 할 도지사가 도의회를 무시하면서 대권 행보를 하는 것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있다”며 “상당수 도의원이 조직 개편과 시설관리공단 설립은 올해 말에 합병해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설관리공단 설립은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요청한 사안으로 제주도와 행정시 등으로 분산된 자동차운송사업(공영버스), 환경(환경자원순환센터), 주차시설, 하수·위생처리 등 4개 분야 업무를 시설관리공단에서 맡도록 하는 것이다. 조직은 이사장, 3개 본부(교통·환경·하수), 경영지원실 등으로 정원은 901명 규모다. 4개 사업을 시설공단에서 운영하면 5년 동안 예산 112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용역결과도 나온 상태다.

지난해 6월 행정안전부 심의를 통과했지만 제주도의회 의장이 공무원의 공단 전직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을 보류해 처리되지 못했다.

제주도 조직개편안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제주도는 당초 본청의 경우 현행 15개 실·국, 60개과를 13개 실·국, 58개과로 감축하고 제주시와 서귀포시도 각각 1과, 1국 2과를 감축할 계획이었다. 공무원 정원을 6164명에서 6140명으로 줄여 연간 20억 원의 인건비를 절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의 반대로 관광국이 존치되고, 통합 대상이던 해녀문화유산과 역시 해녀들의 집단 반발로 그대로 남았다. 이로 인해 ‘저비용 고효율 행정’이란 조직개편 취지는 빛이 바랬다. 최종적으로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조직개편안은 본청 1국 1과, 제주시 1과, 서귀포시 1국 2과 등을 감축하는 것으로 축소됐고 정원도 당초 24명 감축 계획에서 20명으로 줄어들었다.

제주도 관계자는 “조직 개편, 인원 감축은 공무원 내부에서 반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도의회 협조를 얻어 일사천리로 처리해야 할 사안이었는데 아쉽다”며 “뼈를 깎는 심정으로 마련한 조직개편안이 정쟁의 대상에서 벗어나 원만하게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도 조직개편#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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