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수돗물 유충, 정수장 관리부실이 원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3일 03시 00분


“활성탄여과지 탓이라기보다 날벌레 유입에 취약한게 문제”

수돗물 유충의 발생 원인은 활성탄(여과장치)이 아니라 시설관리 부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왔다. 조석훈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활성탄 세척주기가 길다고 해서 무조건 벌레가 생기는 건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먼지나 날벌레가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정수장을 설계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환경부는 고도정수처리장 49곳 중 7곳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7곳 중 6곳은 고도정수시설 내 활성탄여과지에서 발견됐다. 활성탄은 목재나 톱밥, 야자껍질 석탄 등이 원료다. 유기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 만약 유충이 들어가면 생존할 수 있다. 환경부는 “정수장 운영 기준을 느슨하게 지킨 게 문제”라며 관리 부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날 조사 결과 전국 정수장 12곳은 창문의 방충망이 없거나 파손돼 외부 유입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환경부는 문제가 가장 심각한 인천 공촌정수장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활성탄 세척 기준 강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수돗물 유충 신고는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수돗물 유충 관련 발견 신고는 97건에 달했다. 누적 신고는 814건, 실제 유충으로 확인된 건 211건이다.

인천시는 “정수장의 유충 추가 발생은 차단했지만 급·배수 관로에 남아있는 유충이 계속 배출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21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화장실을 비롯해 부산과 춘천 등에서 유충 발견 신고가 있었지만 대부분 정수장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은지 kej09@donga.com / 인천=차준호 기자
#수돗물 유충#정수장 관리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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