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추억’ 찾을 수 있나…싸이월드 대표 “백업 문제없다”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7월 23일 16시 48분


“내 젊은 시절 모습이 모두 담긴 곳” “추억 잃을 수 없어” “유료라도 괜찮으니 백업만…”

1999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많은 이들의 추억이 담긴 토종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하지만 페이스북 등 해외의 2세대 SNS가 인기를 얻으면서 경영난 끝에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10월 무렵부터는 싸이월드가 예고 없이 접속이 안 되는 등 사태가 일어났다. 3200만 명의 과거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디지털 수몰민’이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들이 “추억을 잃을 수 없다”며 “유료로라도 백업만 하게 해 달라”고 호소하는 이유다.

싸이월드 사태는 결국 국회 테이블에도 올랐다. 허은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10일 정부부처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싸이월드 추억 보호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허 의원은 ‘제2의 싸이월드 사태’를 막자는 ‘싸이월드 추억보호법’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데이터 복원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마재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지원과 과장은 “싸이월드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는 서버가 상당부분 훼손됐다”며 “이용자 데이터베이스(DB) 30%가 작동 안 한다고 하는데, 일부 이용자는 로그이 안 되고 로그인이 된다 하더라도 어떤 사진·동영상은 접근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경영난에 있는 싸이월드가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잃어버린 이용자를 위해 필요한 ‘본인 확인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고, 기존 DB에 대해 알고 있는 직원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였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가 23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근로기준법 위반(임금체불)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가 23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근로기준법 위반(임금체불) 등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그럼에도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되더라도 데이터를 반드시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싸이월드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한 혐의로 기소된 그는 23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 한 후 “데이터는 잘 전부 잘 보존돼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데이터 보관 서버가 훼손됐다는 과기부의 입장에 대해선 “서버가 오래돼서 낙후되다 보니 일부 디스크 손상을 복구하거나 교체하지 못해서 사람들이 서버에 접속했을 때 디스크가 깨져 있는 거다. 디스크가 깨졌다고 데이터가 손상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전 대표는 “과기부와 미팅을 해 (폐업 예정일) 30일 전에 공지하고 데이터를 백업할 수 있게끔 하기로 얘기한 상태”라며 “아직 투자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지만 최종적으로 인수가 되지 않는다면 그렇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로부터 징역 4년을 구형받은 전 대표는 싸이월드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그는 “다들 ‘싸이월드가 설마 인수자가 없을까’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하며 월급이 없는 상태에서도 근무를 오래 했다. 상처가 클 거라고 생각한다”며 “조금 늦은 감도 있지만 열심히 해서 회사도 회생하고 직원들 급여도 지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된 데에 제 잘못이 크다”고 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