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대의원 표결로 사회적 대타협 참여 거부를 선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추진된 양대 노총 참여의 노사정 합의는 결국 무산됐다. 올해 제1노총이 된 민노총이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민노총은 23일 온라인으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추인 여부를 묻는 대의원 투표를 실시했다. 재적 대의원 1479명 중 1311명(투표율 88.6%)이 투표에 참여해 805명(61.4%)이 반대하고 499명(38.1%)이 찬성했다.
이날 투표는 향후 민노총의 ‘방향성’을 보여 주는 표결로, 노동계를 넘어 사회적 이목이 쏠렸다. 민노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조합원 수 기준으로 제1노총으로 올라섰지만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불참하고 있다. 노총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더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위기가 커지자 올 4월 민노총은 먼저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민노총의 제안에 따라 노사정이 시작한 6자 대화에서 합의안이 도출됐지만 정작 민노총은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 김명환 위원장은 1일 민노총 반대파에 막혀 본부 건물에 사실상 감금당한 채 서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안 추인을 위해 대의원 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노사정 합의안이 최종 부결되면서 앞으로 민노총의 대정부 노선은 ‘투쟁 일변도’로 갈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최종안이 부결되면 사퇴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집행부 동반 사퇴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의원 결과에 따르면 향후 선거에서 ‘투쟁 선명성’을 중시하는 강경파가 집행부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투표 전 열린 토론회에서 권정일 국민건강보험노조 청년국장은 “강경 집행부 일부의 주장만 따르면 민노총이 대중조직으로 성장할 수 없다”며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노조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투표 결과 이 같은 목소리는 소수에 그쳤다.
민노총이 노사정 합의를 거부하면서 ‘코로나19 사회적 대타협’도 힘이 빠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합의안 서명식이 불발된 이후 “노사정이 잠정 합의한 내용을 경사노위에서 이어받아 사회적 합의로 완성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노사정이 3개월 넘게 ‘원포인트 대화’에 매달렸다가, 다시 경사노위에서 이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추진력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22년 만의 사회적 대화 타결이 무산된 것이 아쉽다”며 “민노총 내에서 강경파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경우 코로나19로 어려운 산업계에 더 부담이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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