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늑장 대응에 이어 기관으로서의 한계도 명확히 드러내 비판을 받고 있다.
여가부 폐지와 관련한 국민청원이 1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현재로선 다음 주 중으로 진행될 현장 점검이 최선이지만, 이마저도 구속력이 떨어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가부는 23일 박 전 시장과 관련한 성폭력 방지 조치 등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서울시 대상 현장 점검을 다음 주 중에 나갈 것이라 밝혔다.
여가부는 이번 현장 점검을 통해 조직 내 고충상담처리시스템 운영, 재발방지책 시행 여부 등을 점검하고 2차 피해 상황이 있었는지 등을 살필 계획이다.
하지만 점검 결과에 따라 서울시 공무원에 대한 징계 요청 등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언론 공표를 통한 구속력이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여가부의 대처는 성범죄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여가부의 존재 의미와는 맞지 않아 보였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관련 피소가 알려진 지난 9일 이후 엿새 만인 지난 14일 뒤늦게 “서울시의 성희롱 방지 조치를 점검한다”고 밝혀 뭇매를 맞았다.
이마저도 박 전 시장 사건의 중심에 들어간다기보다 재발방지대책의 수립·시행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청한다는 소극적인 내용이었다.
이후 ‘피해자’ 호칭을 둘러싸고도 뒤늦게 입장을 발표했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미투 사건을 보고도 매뉴얼에 ‘지자체장’을 포함하지 않아 유사한 피해가 반복됐단 지적도 일었다.
현재 여가부에는 박 전 시장과 같은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사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
그러다 보니 여태까지 밝힌 대책의 대부분이 고충상담처리시스템 운영 현황 점검, 재발방지대책 시행 여부, 성폭력예방교육의 내용과 방식, 직원 참여, 2차 피해 상황 여부 등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여가부는 박 전 시장 사건을 계기로 조사기관 신설을 위한 법 개정을 요청한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여가부 내의 기관이 될지 다른 기관과의 협업이 될지 윤곽이 뚜렷하지 못하다.
최성지 여가부 대변인은 “여가부는 여성과 가족, 청소년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며 성 평등사회 실현, 다양한 가족 공존 실현, 청소년 건강 활동 지원, 성범죄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과 같은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가부에) 조사기관이 없다”며 “이를 위해 여가부 기관이나 다른 기관과의 협업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할 듯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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