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유충, 정수장 덮개 대신 이걸로 해결 가능”…전문가 조언 들어보니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24일 09시 34분


코멘트
서울 영등포 정수장에 설치된 수입산 멤브레인 여과 시설(시노펙스 제공)
서울 영등포 정수장에 설치된 수입산 멤브레인 여과 시설(시노펙스 제공)
정수처리 공정에 멤브레인을 설치하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수돗물 유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 관련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수장에 덮개를 씌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멤브레인은 ‘막’을 뜻하는 것으로 깨끗한 물만 통과시키고 그렇지 않은 물질은 걸러내는 여과막을 말한다. 효성의 멤브레인 수처리 시스템은 기공 사이즈 0.03㎛(머리카락 굵기의 2000분의 1)의 중공사(中空絲) 분리막을 이용해 물속의 탁질 오염물질과 대장균, 병원성 원생동물 등을 99.99% 이상 완벽히 제거할 수 있는 수처리 기술이다.

24일 수처리 및 필터 제조업계에 따르면 섬유 가운데 구멍이 뚫린 빨대 모양의 ‘중공사’를 다발 형태로 묶은 멤브레인을 설치하면 이번에 문제가 된 유충도 거를 수 있다고 지적한데. 멤브레인이 미세 입자도 걸러낼 수 있어 기술이어서 유충 정도 크기의 이물질은 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방형’ 국내 정수처리 시설, 근본적으로 유충 막기 어려워

현재 국내 각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대부분 정수장은 외부로 개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정수장 인근에 서식하는 곤충들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번에 유충이 발견된 인천의 공촌·부평정수장은 고도정수처리를 하는 곳이다. 고도정수처리는 표준처리공정(혼화→응집→침천→여과→소독)에 ‘활성탄 여과’ 공정이 추가된다. 숯의 일종인 활성탄이 물 속의 오염 물질을 빨아들이는 원리인데 문제는 활성탄 여과지는 연못 형태로 외부에 개방돼 있다는 점이다.

활성탄에 붙은 오염 물질은 깔다구 유충의 먹이가 된다. 외부에 노출돼 있는 구조적 한계 탓에 활성탄 여과지가 유충의 서식지가 되는 문제가 생기는 셈이다.

활성탄 여과 이후에도 소독하는 공정이 따로 있긴 하지만 깔다구류의 유충은 소독약에 내성이 강해 쉽게 죽지 않는다. 각 가정에서 수돗물 유충이 발견되는 이유다.

현재까지는 공촌·부평정수장에서 역세척을 좀 더 자주 한다면 유충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역세척은 활성탄에 붙은 유기물을 없애기 위해 주기적으로 물의 방향을 바꿔 활성탄을 세척하는 것을 말한다.

깔다구 유충의 알은 7일 이내에 부화하는데 역세척 주기가 이를 넘겨 지나치게 길면 유충이 서식하기 충분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의 경우 공촌·부평정수장의 일부 역세척 주기가 20일이 넘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앞으로 역세척을 더욱 자주해 유충 발생을 차단하자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역세척을 자주 하면 활성탄의 정수 효과가 떨어지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역세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셈이다. 특히 개방형 구조에서는 활성탄 여과지에 벌레가 모이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

실제로 부평정수장은 이중으로 차단막이 설치된 밀폐 구조였지만 유충이 생겼다. 폐쇄형 구조라고 해도 벌레가 들어올 만한 작은 틈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또 정수장 관계자들이 시설문을 여닫을 때 벌레가 들어올 수도 있다.


◇“중공사형 멤브레인, 유충보다 작은 박테리아까지 제거 가능”


이에 대해 정수기 업계 전문가들은 멤브레인을 활성탄 여과 공정 이후에 설치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고성능 액체여과필터를 생산하는 시노펙스 관계자는 “섬유 가운데 구멍이 뚫린 빨대 모양의 ‘중공사’ 형태의 멤브레인은 유충은 물론 그보다 더 작은 불순물이나 박테리아까지도 완벽히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순물이 완벽히 걸러진다면 소독제로 주입하는 염소 주입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수장 외부의 경우에도 멤브레인을 설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파트 단지별 저류소나 마을 단위의 소규모 막여과장치에 멤브레인을 설치하면 보다 안전하게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멤브레인은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시스템이다. 효성은 지난 2013년 침지식 멤브레인 수처리시스템에 이어 가압식 멤브레인 수처리시스템까지 환경 신기술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시노펙스는 지난해 9월 LG화학으로부터 고성능 중공사 멤브레인 생산설비 및 기술을 인수한 후 이를 더욱 발전시켜 침지식, 가압식, MF(Micor-Filtration), UF(Ultra-Filtration), 및 NF (Nano-Filtration) 등의 다양한 등급의 제품들을 공급하고 있다.

또 코웨이는 최근 자사 환경기술연구소 연구를 통해 멤브레인 필터의 효과를 입증했고 이를 도입한 정수기를 판매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 미시간 호수의 물을 정수해 수돗물로 공급하는 라신 정수장에서 활성탄 여과지 공정 이후에 멤브레인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정수기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정수장 14곳에 가압식 멤브레인 필터가 적용돼 있지만 모두 활성탄 여과지 이전 과정에 설치가 돼 유충 제거에는 효과가 없다”며 “이미 정수 기능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환경부 등 관계기관이 국내 정수장에 멤브레인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