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서 코로나 나온 러시아 선박…선원→수리공→지역감염 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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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26일 0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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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선박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러시아 원양어선에 오른 선박 수리공 1명과 직장동료 7명 등 8명의 확진자가 나온 데다, 역학조사를 통해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지금 같은 확산세를 유지하면 러시아 선박에서만 최소 두 자릿수 지역전파 감염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 외에 다른 국적의 선박을 통해서도 추가 감염자가 나올 수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확진 선박수리공 8명 접촉자만 150여명…조사 후 확진자 늘어날 듯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원영어선 ‘페트로 1호(PETR 1호)’ 선원을 통해 국내에서 추가로 감염된 8명은 모두 선박 수리공이다. 그중 내국인 7명, 외국인이 1명이다. 해당 선박에서 나온 선원 감염자도 32명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23일 해당 선박에 승선했던 한국인 선박 수리공(부산 157번)이 확진 판정을 받자, 페트로 1호 선원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들 러시아 선원은 방역당국이 승선검역을 시행할 당시에는 모두 무증상이었지만, 잠복기가 지나면서 유증상자와 확진자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승선검역을 통해서도 페트로 1호 선원 중 무증상 및 경증 확진자를 걸러내지 못했다. 선박 수리를 위해 승선한 한국인 수리공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직장 동료까지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더 큰 문제는 부산 157번 확진자의 직장 동료 7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해외유입→국내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는 감염 연결고리가 생긴 것으로, 역학조사 과정에서 추가 감염자가 나올 것으로 방역당국은 예상했다.

방역당국이 주목하는 지점은 선박 수리공 8명과 접촉한 150여명의 유증상 및 진단검사 결과다. 이들 150여명은 가족과 지인, 직장동료 등 밀접 접촉자로 볼만한 인원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한 전파를 일으키는 코로나19 특성상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5월 이후 해외유입을 통한 지역사회 전파 사례는 25일 기준 총 8건이다. 해외유입 입국자 41명으로부터 15명이 코로나19에 추가로 감염됐다. 앞서 발생한 7건은 가족 3명과 지인 3명, 직장동료 1명 등 총 7명이 감염된데 반해 러시아 선박에서는 감염 사례 1건에서만 확진자 8명이 쏟아졌다.

해외유입 국내 추가 감염자 15명을 유행별로 보면 업무상 접촉이 8명(선박 수리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동거 4명, 차량 지원 2명, 자가격리 위반 후 동반여행 1건 순이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5일 브리핑에서 “(선박 수리공 접촉자) 150여명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족이나 지인 등 밀접 접촉자 중 추가적인 전파 사례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페트로 1호 환경검체 바이러스 검출…제2의 러시아 선박 예측불허

방역당국이 페트로 1호를 대상으로 환경검체를 조사한 결과, 베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해당 양성 반응이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뜻하는 것은 분명하지 않지만, 적어도 페트로 1호 선원들의 깊숙한 생활 공간까지 바이러스가 침투한 게 드러났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24일 러시아 선박 페트로 1호 선원 94명 중 32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데 이어 선원 확진자가 (사용한) 베개에서 바이러스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20일부터 국내 항만 작업자와 접촉이 많은 러시아 선박 선원에 대해 증상과 상관없이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한 뒤 국내 항만 작업자가 선박에 오르도록 조치했다. 선박검역을 통해서도 무증상 감염자를 찾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제2의 러시아 선박 사례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점도 방역당국 입장에선 고민이다. 방역당국이 지정한 코로나19 방역강화 대상 국가는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이다. 해당 6개국은 국내로 입국하는 근로자들이 많다. 하지만 무역 측면에서는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상위 10개국이 오히려 우리나라와 교류가 잦은 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시스템사이언스 및 엔지니어링 센터(CSSE)에 따르면 25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기준으로 코로나19 상위 10개국 현황은 미국(411만2651명), 브라질(228만7475명), 인도(133만7024명), 러시아(80만5332명), 남아프리카공화국(42만1996명), 멕시코(37만8285명), 페루(37만5961명), 칠레(34만1304명), 영국(19만9500명), 이란)28만6523명) 순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무역 없이 생활할 수가 없다”며 “특별입국관리를 유연하면서도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2의 러시아 선박 사례가 어느 국적의 선박에서 재현할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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