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생회비로 산 추석선물 받은 교수들 징계 부당”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26일 07시 32분


경위·자금 출처 고려해 볼 때 사교·의례 목적
학생 1명 당 800원 상당 선물받은 것에 불과

학생회비로 산 5만원 상당의 추석 선물세트(버섯)를 단과대학 학생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사실로 징계에 처해진 국립대학교 교수들이 대학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재판부는 선물의 전달 경위·목적·자금의 출처·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부담한 액수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 선물세트는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된 선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이기리 부장판사)는 A씨 등 교수 4명이 지역 모 국립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한 견책처분 취소소송에서 ‘대학이 A씨 등에게 한 각각의 견책처분을 모두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 등은 2017년 9월26일 추석 선물 명목으로 단과대학 학생회 회장으로부터 학생회비로 산 5만원 상당의 버섯 선물세트 1개씩을 받았다.

교육부는 2018년 1월22일부터 같은 달 24일까지 스승의 날 및 추석 명절 금품 수수 의혹 관련 감사를 벌였다. 교육부는 이 대학에 A씨 등을 경징계 처분하고,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을 과태료 관할 법원에 통보할 것을 요구했다.

대학 징계위원회는 법원의 과태료 재판 뒤 A씨 등에 대한 징계를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관할 법원은 A씨 등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 이들 토대로 대학 징계위원회는 A씨 등에 대한 징계의결 요구를 반려하는 의결을 했다.

대학은 반려의결이 형식에 부합하지 않아 징계위원회의 판단으로 볼 수 없고, 반려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징계 의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징계위원회는 A씨 등에 대해 부정청탁금지법을 위반,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청렴의무, 품위유지의무를 위배했다는 이유로 견책처분을 의결했다.

대학은 이 같은 의결에 따라 A씨 등에게 견책처분을 했다.

A씨 등은 ‘이 선물세트는 부정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한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이나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에 해당한다. 직무 관련성이 없는 만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무원으로서 성실·청렴·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해당 학생회는 이전부터 매년 학과 교수에 대한 추석 선물비용 예산(2015년 20만원·2016년 18만원·2017년 18만원)을 책정해 왔다. 이 예산을 통해 학과 교수 전원에게 추석 선물을 건네는 관행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이 같은 관행에 따라 선물세트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물세트를 전달한 학생회장은 단과대 학생회의 학생회장으로 학과 학생 전체를 대표, 학생회 예산으로 교수 전원에게 선물세트를 구매해 전달했다. 이 같은 사정과 선물의 가액 등에 비춰 봤을 때 학생회장이나 학과 학생들이 원고들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을 것을 기대하고 전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 학생회는 선물세트 구매예산에 대해 학생들의 승인을 얻었으며, 학생들은 추석을 맞아 감사의 표시로 교수들에게 선물세트를 전달한 것이라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수수한 선물세트는 5만원 상당이며, 이를 재적 학생 수로 나눌 경우 학생 1명으로부터 약 800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것에 불과,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선물의 전달 경위·목적·자금의 출처·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부담한 액수 등의 여러 사정을 볼 때 해당 선물은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된 선물이라는 것이다.

선물의 가액 또한 5만원 상당으로 부정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한 사교·의례 목적으로 수수가 허용되는 가액 범위 안의 선물에 해당하거나 사회 상규에 따라 수수가 허용되는 금품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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