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검찰총장의 구체적인 사건 수사지휘권 폐지를 포함, 검찰의 힘을 빼는 권고안을 내놓자 법무부가 하루만에 심층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 개혁위 권고안이 나오면 당일 바로 “권고안을 참고해 개선 방안을 검토·추진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냈던 법무부는 이번엔 권고안 발표 하루 뒤인 이날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검사를 사법절차 주체로 규정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취지, 견제와 균형을 통한 권력분립의 원칙, 선진 형사사법제도 입법례에 비춰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형사사법 주체가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가 되도록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 지휘체계의 다원화 등 근본적 변화에 대한 논의인 만큼 개혁위 권고안을 참고하고, 폭넓게 국민 의견을 수렴해 심층적 검토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개혁위의 문제제기엔 공감하되 수용 여부엔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법무부는 전날 추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권고안 내용을 상세히 보고할 여유가 없었다고 당일 입장이 없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이날 오후까지 입장이 나오지 않자 권고안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현실과 동떨어졌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법무부의 고심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왔다. 일각에선 해당 권고안이 윤석열 검찰총장 힘빼기 목적이라고도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생뚱맞고 권한분산이란 취지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총장에 권한이 집중돼있으니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고검장에게 이를 넘기자는 제안을 하면서, 다시 법무장관에게 구체적 사건 수사지휘권까지 주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권고안이 대통령령이나 법무부령, 훈령이 아닌 법 개정 사안이라는 점도 법무부의 ‘심층적 검토’라는 입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해당 권고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힐 경우 검찰청법 개정 작업이 시작될 수도 있다.
개혁위는 이와 관련해 권고안 실현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 조문까지 내놨다.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한을 규정한 동법 8조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조항에서 검찰총장을 고검장으로 고치는 등의 내용이다. 이러면 서면으로 사건 지휘를 하는 과정에 사실상 검찰총장이 ‘패싱’되게 된다.
법무장관은 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을 제청한다는 검찰청법 34조는 장관과 총장 사이를 ‘검찰인사위원회’가 중개하는 식으로 바뀐다. 개정안은 총장이 검찰인사위에 인사 의견을 서면으로 내면, 법무장관이 검찰인사위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을 제청하도록 했다. 검찰인사위원장은 비검사 위원 중 호선하는 내용(35조 2항)도 담겼다.
개혁위는 검찰청법에 따라 검사 중 총장을 임명하는 관행을 깨고 판사, 변호사, 여성 등 임명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권고도 했다.
현재 범여권이 180석에 달해 법무부의 수용으로 해당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시작된다면 야당의 반대에도 법안은 통과될 공산이 크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전날 법사위에 나와 “현재 총장은 제왕적”이라며 “총장이라기보다는 개개 사건에 직접 개입하는 수사부장 같은 역할을 한다고 전임 박상기 장관도 최근 언론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며 ‘변화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개혁위 권고안에 입장을 내지 않아 왔던 대검이 침묵을 깰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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