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약이 28일 체결됐다. 국난(國難)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체결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 ‘고용유지, 기업 살리기’ 노사정이 선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28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본위원회를 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을 의결했다. 이번 협약은 5월 20일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처음 시작된 이후 논의한 내용이 담겼다.
노사정은 이번 협약에서 △고용유지 △기업 살리기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강화 △방역의료 인프라 확충 등에 합의했다. 특히 ‘일자리 유지’에 합의의 방점이 찍혔다.
정부는 휴업수당의 최대 90%(기존 75%)로 올려 지원해 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을 9월 30일까지 연장 지급하기로 했다. 당초 상향 지급 기간은 6월30일까지였다. 노사는 또 고용 유지와 원만한 임금교섭 타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담았다.
정부는 기업 살리기 차원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의 주요 사업비 75%를 3개월 이내에 집행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소유재산은 임대료의 50%를 감면해 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동안 노동계가 요구해 온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은 연말까지 실천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번 코로나19 극복 노사정 합의는 당초 1일 서명식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동계 주요 당사자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서명 당일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결국 한 달 늦게 경사노위 회의로 의결했다. 민노총은 이번 사회적 대타협에 결국 불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노사정 협약 체결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주체들이 한 발씩 양보해 이뤄낸 소중한 결실”이라며 “조금씩 고통을 분담해 이룬 합의가 기업과 일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협약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이 참여했다.
● 제1노총 불참에 정부지원 의존은 한계
우여곡절 끝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지만 노동계에선 남은 ‘숙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조합원 수 기준 ‘제1노총’인 민노총의 합의 불참이다. 앞으로 노사정 합의에 따라 노동현장에서 여러 구체안이 나올 수 있는데, 민노총이 “우리는 합의한 적 없다”며 ‘엇박자’를 내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다.
실제 노사정 합의문은 “원만한 임금교섭 타결에 노력한다”고 명시했지만, 27일 선출된 민노총 김재하 비대위원장은 “하반기(7~12월) 투쟁 과제가 엄중한 만큼, 조합원과 함께 투쟁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강경 노선’을 걸을 경우 이번 노사정 합의가 퇴색할 가능성이 높다.
합의 내용 대부분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지만 정부가 예산을 퍼부어 일자리를 만드는 기존 일자리 대책과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합의안에는 정부 지원만 구체적으로 담겼고 노사의 책임과 역할이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다”며 “노사가 상생 노력을 다 할 수 있도록 후속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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