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 칼럼]잘못된 교육제도가 ‘인국공 사태’의 본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30일 03시 00분


이종승 기자
이종승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한 이른바 ‘인국공 사태’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정된 좋은 일자리를 두고 벌어졌던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지 못해 아쉽다.

기자는 인국공 사태의 근본 원인을 ‘진학 위주의 경쟁교육’에 따른 폐해로 본다. 정규직 고용을 ‘로또 취업’이라 규정했던 일부 청년 구직자들은 ‘부러진 펜 운동’을 전개하며 “열심히 공부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 진학교육의 희생양일 뿐이다. 만약 한국 교육이 이미 만들어진 체계에 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신 새로운 플랫폼을 창조하는 법을 알려줬다면 인국공 사태는 없었을지 모른다.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켜 도전하는 것이 즐겁고, 의미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는 ‘플랫폼 경제’가 이끌고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무형의 공간인 플랫폼이 경제의 주력이 됐다.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등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로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위상은 더 커졌다. 전 세계는 이들 기업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고 우리 청년들도 이 안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통할 수 있는 자질은 국어 영어 수학 점수가 아니라 인간만이 가진 창의적 역량이다. 한국 교육이 변해야 될 이유다. 지도 밖으로 행군할 수 있는 아이들을 키워내야 플랫폼에서 마음껏 놀고 즐기며 창조할 수 있다. 교육변화의 요인은 또 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영역이 인공지능(AI)과 로봇에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단순 기능으로는 밥벌이가 안 되는 시대다. 한국의 인구 1만 명당 로봇 밀도는 774대로 세계 2위다.(국제로봇연맹 2019년 자료) 로봇 전문가인 박종오 전남대 교수는 “한국의 로봇 밀도가 높은 것은 인간이 창조적인 영역을 확대시켜 사회와 기업이 발달하는 데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긍정적인 측면의 전제는 교육 변화이다.

교육이 변하려면 진학교육으로 성공한 586세대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그들은 지금보다 훨씬 경쟁률이 낮은 환경에서 대학을 갔고 직장을 얻었다. 하지만 이 기준이 2030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리를 잡아갔던 역량을 강조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후퇴한 것은 뼈아프다. 제2, 제3의 인국공 사태를 막으려면 점수보다 개개인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교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에듀플러스#교육#대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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