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29일 “어제 대통령을 모신 회의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없이, 앞으로 사회적 대화를 확실히 한다는 것으로 현 정부에선 합의를 이뤘다”고 발언했다.
수위 높은 문 위원장의 발언에 경사노위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해명에 나섰다.
경사노위는 이날 오후 각 언론사에 전달한 보도해명에서 “7월28일 개최된 경사노위 본위원회에서는 ‘민주노총 없이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는 것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해명은 문 위원장의 발언이 자칫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직이 ‘민주노총을 배제하자’는 데 명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오인되는 사태를 우려한 결과로 보인다.
앞서 문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 인사말에서 “앞으로 민주노총이 스스로 사회적대화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않는 한 사회적 대화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저희들은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어제 대통령을 모신 회의에서 민주노총 없이, 앞으로 사회적 대화를 확실히 한다는 것으로 합의를, 현 정부에선 합의를 이뤘다”며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사노위는 “문성현 위원장의 발언은 ‘향후 사회적 대화를 민주노총 참여와는 무관하게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충실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와 공감대를 강조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문 위원장의 ‘작심’ 발언으로부터 불과 몇시간 만에 발언 수위를 낮추고자 시도한 것이다.
이날 문 위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래 22년 만의 ‘완전체’ 사회적 합의가 민주노총의 막판 불참으로 무산된 데 직접 사과했다. 문 위원장은 법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를 이끄는 수장이다.
문 위원장은 “제가 민주노총 출신이고 압도적 지지를 받은 직선 위원장께서 이번에 ‘책임지겠다, 꼭 하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보이셔서 대통령도 주저하시고 국무총리도 주저하신 대표자 회의를 제가 한 번 믿고 해보자 했다”며 “대통령께서 국무총리께서 오로지 저를 믿고 이 대표자 회의를 이뤄주셨는데 성공을 하지를 못했다. 정말 오늘 국회의원 여러분 앞에서 국민들께 막중한 책임이 저에게 있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문 위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는 법정 기구인 경사노위 밖에서 이뤄지는 ‘장외’ 노사정 대화에 주저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노동계 안팎에서도 자칫 경사노위 체제의 권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방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 위원장과 지속적으로 노정 대화에 적극성을 내비친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의지를 믿고, 언제든 좌초될 위험을 끌어안은 채 완전체 노사정 대타협을 시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은 합의 반대파에 가로막혀 지난 23일 내부 추인에 최종 실패했다. 결국 민주노총 없는 ‘반쪽짜리’ 협약식이 2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게 됐다.
이에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변화를 촉구하는 듯한 작심 성격의 발언을 이어갔다.
우선 문 위원장은 “그나마 사회적 대화의 DNA, 즉 대표자가 책임질 수 있는 조직, 돌아가서 추인을 받는 과정 없이 대표자가 책임을 질 수 있는 조직, 그리고 내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 있으면 상대방에게 절박한 것 하나를 덜어줄 수 있는 자세가 돼 있는 조직은 현재 조건으로서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아직까지 이런 상황을 갖추지 못했단 것이 이번에 확인됐다. 제가 민주노총 출신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책임지고, 이런 상황을 정리해서, 좀 전에 고용노동부에서 말씀하신 여러가지 사안에 사회적 대화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위원장은 금속연맹 위원장 출신으로 민주노총을 친정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사노위 출범 당시 민주노총의 불참 사실을 언급하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보이는 등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문제를 이유로 민주노총이 지속적으로 대화 보이콧을 이어가며, 문 위원장은 점차 민주노총과 대화를 함께하기 어렵다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늘려갔다.
지난해 10월 기자 간담회에서 문 위원장은 “일정 기간 민주노총과 함께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는 향후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여부에 연연하지 않고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겠단 태도로 풀이됐다.
이어 1월 노사정 신년 인사회에서는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노동의 한 축을 차지하는 민주노총이 이 자리에 없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숫자가 늘어 제 1노총이 됐다고 하는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지 응답해야 하는 한 해”라고 꼬집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문 위원장에 대한 야당의 사퇴 요구도 나왔다. 미래통합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인사말을 마친 문 위원장을 향해 “(사회적 대화를) 뒷받침하지 마시고, 사퇴하셔야 한다”며 “한국노총의 참여로 (문 위원장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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