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증 등 140명 중 중환자실 진료 63명…나머지는 일반병동
경증환자도 대형병원에 쏠려, 지역병원은 경쟁적 병상 확충
진료기능을 기반으로 의료기관 분류, 중증도 점수 이용해야
"지역의 의료체계 구축해야 코로나19 감염병 체계도 마련돼"
지난 3~4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중증 환자 중 55%는 부적절한 치료장소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전달체계를 체계화하고 지역 내 의료시스템을 정비해야 감염병 예방 진료체계도 제대로 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환자중심 의료체계 구축방안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3~4월 코로나19 중환자가 진료를 받은 공공병원 중 상급종합병원이 4.0%,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25.3%,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이 33.8%, 병원이 14.5%였다.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과 병원을 합친 48.3%는 중환자 진료 제공능력이 부족한 병원이다.
또 최중증 및 중증 환자 140명을 분석한 결과 공공병원 일반병동에서 17명, 민간 종합병원 일반병동에서 17명, 상급종합병원 일반병동에서 43병이 진료를 받았다. 절반이 넘는 55%의 중환자가 부적절한 치료장소에서 진료를 받은 것이다. 중환자실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63명이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감염병 진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지역의 의료체계가 무너져있는 상태에서는 감염병 진료체계도 제대로 꾸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비 중 줄일 수 있는 낭비적 의료비 지출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증가율(2003~2019년)은 3.8%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0.7%였다. 2026년에는 건강보험료의 상한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입원율의 3분의1은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성별과 연령을 표준화해 인구 1000명 당 입원 건수는 서울동남권이 112건인데 전남 해남의 경우 302건에 달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입원율이 서울 동남권 수준으로 낮아지면 연간 265만건의 입원이 감소 가능하다”며 “현재 입원의 32%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입원 건수가 많은 이유로 김 교수는 병상 수를 주목했다.
인구 1000명 당 병상 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6.2개, OECD 평균은 3.3개다. 우리나라의 55개 진료권을 구분하면 최소가 3.6개, 최대가 9.9배로 2.5배 차이가 난다.
김 교수는 “수요에 의한 입원이 아닌 공급에 의해 입원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이 같은 현상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등이 해당하는 3차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3차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적합 환자 비율은 31.7%였다. 경증 환자는 22.2%가 있었다. 2차병원에서는 2차병원에 적합한 환자의 진료 비율이 41.9%였고 경증 환자는 40.2%다. 반면 300병상 이하 지역병원에서는 경증 환자가 51.8%인데 2차병원 진료가 적합한 환자 비율이 38.9%, 3차병원 진료가 적합한 비율도 9.3%였다.
김 교수는 “대형병원에 환자가 쏠려 아래급 병원은 큰 병원과 경쟁하기 위해 병상을 늘리거나 과잉 진료로 빈 병상을 채운다”며 “병원에서 적합한 곳으로 환자를 보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료의 기능을 기반으로 한 의료기관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중증도 점수를 이용해 점수에 따라 3차병원으로 갈지, 지역병원으로 갈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역별 의료공급체계 격차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인구 1000명 당 3차병원 병상은 서울이 2.1개인데 반해 경북 포항은 0.3개에 불과했다. 춘천과 안동의 경우 3차병원 병상이 아예 없다.
김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을 전국형, 권역형, 지역형으로 나누고 유형별로 입원하는 환자의 기준과 병원의 역할을 세분화해야 한다”며 “지역의사제나 지역간호사제 등을 도입해 취약 지역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민간병원도 공익적 기능을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국민이 지역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1차 의료의 경우 안과와 이비인후과 등 전문의원과 포괄적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적 1차의료 기관, 이 사이에 있는 경계성의원이 혼재돼있는 점도 개선점으로 꼽혔다.
기능적 1차의료 기관의 경우 국내 의원 중 30.6%에 불과한 반면 상대적으로 일부 영역만 전문으로 진료하는 전문의원은 54%를 차지한다.
김 교수는 전문의원과 경계성의원의 기능을 재정립해 전문의원과 기능적 1차의료 기관으로 체계가 전환되면 환자 상태에 따른 적정 진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단 이를 위해서는 기능적 1차 의료기관에 인력이 1만5000여명이 더 필요하다.
김 교수는 “포괄적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적 1차의료 기관을 육성하고 진료협력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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