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를 받던 중 재입북한 탈북민 김모씨(24)에 대해 송환 요청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볼 때 김씨에 대한 송환 요청은 쉽지 않아 보인다.
통일부는 29일 탈북민 김씨의 송환 요구 계획에 대해 “추후 조사 결과와 남북관계 상황, 그리고 그동안의 관행 등을 종합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송환 요청에 대한 즉답을 피하면서 남북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자세를 취한 것이다.
또 최근 남북관계가 ‘냉각’ 상태에 빠져있는 만큼 정부 입장에서도 송환 요청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의 대남 적대 분위기를 다시 자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20여 일 간 대남 적대시 정책을 펼쳤다. 지난달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 이후 북한이 적대 국면이 수그러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보류’였던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현 남북관계를 두고 “대적 행동 보류 상황에서 새로운 (통일부) 장관이 취임해 분위기를 전환하려 하고 있다”라며 “남북관계가 다시 부드러운 분위기로 전환될 것이냐는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할 범죄를 저질렀으니 송환 요청은 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지기는 매우 어렵다”라며 “이 문제를 두고 송환 요청을 강하게 할 경우 북측이 여기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측했다.
또 남북 간 범죄인 인도협정이나 관련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북측에 송환을 요구할 법률상 근거가 상호 간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16일 동료 승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동해상으로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선원 2명을 강제 북송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흉악 범죄를 저지른 중대 범죄자는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북측으로의 송환을 결정했다.
이 같은 논리를 들어 북측에 송환 요청을 할 수도 있겠으나 당시 결정이 법률적 판단이 아닌 국민의 안전을 고려하는 국가 안보적 차원이었다는 점에서 빈약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은 국가 간의 관계를 준해서 적용하고 있지만, 사실은 국가 관계가 아니다”라며 “이러한 남북 간 특수관계가 법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결국 피해 탈북자 여성이 법적으로 구제받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조사를 받아야 할 용의자가 부재한 상황인 만큼 ‘기소 중지’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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