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의 폭행을 못이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장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군대 내 가혹행위였는데도, 군에서 가정불화가 원인이라고 발표해 유족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김병철)는 김모씨의 부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1983년 입대한 김씨. 그는 1985년 GP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수사기관은 김씨의 자살 원인을 아버지의 잦은 술버릇으로 인한 가정불화와 장기간 GP 근무로 인한 극심한 회의감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김씨 아버지 A씨는 지난 2018년 출범한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김씨의 사망 원인을 규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군에서 발표한 조사결과와는 달랐다.
위원회는 “선임하사의 지속적인 심한 구타와 폭언, 가혹행위가 김씨 사망의 직접적이고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국방부장관에게 김씨 사망을 순직으로 재심사 할 것을 요청했다. 김씨는 이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이에 김씨 부모는 Δ가혹행위 등 불법행위를 했고 Δ군이 사망원인을 잘못 발표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김씨가 받을 수 있었던 보훈급여금 2억8000여만원과 위자료 2000만원 등 총 3억2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가의 위자료 지급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장병이 직무수행 중 생명·신체에 대한 사고를 당한 경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고 경위 등을 정확하게 밝혀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장병 부모 등 가족들에게 관련 내용을 숨김없이 정확하게 알려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수사기관이 주의를 기울여 조사했더라면 김씨의 사망원인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만연히 가정불화와 삶에 대한 회의감이 사망원인이라는 취지의 조사결과만 발표해 부모가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지 못해 정당한 위로를 받지 못하고, 김씨를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족들이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그동안 받지 못 했던 보훈급여금 청구에 대해서도 “당시 법률에 따르면 사망과 직무수행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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