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좀 떠 볼라고 했는데…느닷없는 코로나19 놈 때문에”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30일 15시 26분


신정득 할머니가 ‘도로 까막눈’ 글을 고쳐 쓰고 있다. 신 할머니는 글에서 코로나19로 중단된 한글교육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남원시 제공)2020.7.30 /© 뉴스1
신정득 할머니가 ‘도로 까막눈’ 글을 고쳐 쓰고 있다. 신 할머니는 글에서 코로나19로 중단된 한글교육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남원시 제공)2020.7.30 /© 뉴스1
“드디어 까막눈 좀 떠 볼라고 손목이 시드락(시리도록) ‘가나다라’를 배우는디 아~ 느닷없는 코로나19라는 놈이 나타나서…”

일흔이 훌쩍 넘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신정득 할머니(77·전북 남원 운봉)가 평생토록 품어온 배움의 기회를 뺏어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탓하는 말이다.

신정득 할머니는 코로나19로 한글교육 수업이 중단된 안타까움을 글로 표현, 최근 개최된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우수작(대표작) 선정의 영예를 안았다. 출품 제목은 ‘도로 까막눈’.

신 할머니는 지리산 인근인 남원 운봉에 살고 있다. 지난 1월 남원시가 기획한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당초 시는 다수의 접근성을 고려해 시내(평생학습관)에서의 교육을 계획했다. 하지만 운봉 같은 먼 시골 지역을 고려해 마을별 한글학당(경로당)을 병행 교육지로 결정했다.

신 할머니는 한글학당에서 그토록 바라던 배움의 길에 들어섰지만 한 달 남짓 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교육은 중단됐다.

신 할머니는 ‘도로 까막눈’ 글에서 ‘인자 겨우 바늘 귀 만치 실눈 떠 젓는디 아이고 어쩍거나 도로 까막눈이 될라고 허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그것이 무슨 벌거지 같으먼 잡아서 돌 팍에 대고 콕콕 찧어 불먼 내속이 씨원허것네’라고 분통함도 드러냈다.

신 할머니의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코로나19 때문에 공부가 중단된 것에 대한 분함과 속상함, 하루 빨리 편안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생동감 있게 또 재치 있게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신 할머니는 “살면서 글 모르는 것 때문에 주눅 들고 서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한글학당에서 선생님과 공부를 하게 돼 매우 감사했고, 큰 상까지 받게 돼 매우 기쁘다”며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깨끗이 물러가 모두가 예전처럼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한편 남원시는 지난 6월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 아래 평생학습관에서의 성인문해교육 대면수업은 재개했지만 경로당 중심의 한글학당은 여성가족부 지침에 따라 운영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화전 등에 열심히 참여한 학습자와 강사들의 노고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원시는 향후 평생교육 활성화에 더욱 힘쓰겠다”며 “어르신들이 ‘도로 까막눈’이 되는 일이 없도록 성인문해교육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남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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