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자산매각’ 보복조치 고심
고위당국자 “위법 소지 많아 접어… 한국 정부에 변제 요구 등 모색”
강제징용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가 이뤄질 경우에 대비해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의 하나로 일본 내 한국 정부 또는 기업의 자산 압류를 검토했던 것으로 3일 밝혀졌다. 하지만 법리 검토 결과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해 이 방안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본보에 “지난해부터 대항 조치(보복 조치)를 여러 가지 검토했지만 적합한 조치가 잘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검토했던 ‘한국 정부 또는 기업의 자산을 압류하는 방안’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에 있는 한국 정부의 자산을 압류하면 주권면책 특권을 침해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소송을 제기하면 일본이 패소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일본에 있는 한국 기업의 자산을 압류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일본 내 한국 기업은 ‘일본 법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계 일본 기업 역시 일본 헌법에서 보장한 재산권을 보호받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외 법을 위반하지 않는 조치를 찾고 있다”며 “외교 루트를 통해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해 일본 기업에 피해를 줬으니 한국 정부가 변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분명히 가능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로 △관세 인상 △송금 중단 △비자 발급 규제 △금융제재 △주한 일본대사 소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공개적으로 보복 조치를 언급한 만큼 국내 여론을 감안해서라도 일본 기업의 자산이 매각되면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가 “공은 한국에 있다”며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보복 조치까지 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자’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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