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지구의 허파’ 맹그로브 숲 파괴하고 키워낸 양식 새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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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환경을 해치는 수산물 양식이 늘면 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해 피해가 커진다. 동남아시아에서 늘어나는 새우 양식(위 사진)으로 맹그로브 숲(아래 사진)이 줄어드는 것이 이런 경우다. 친환경 정책과 소비는 재해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동아일보DB·게티이미지코리아
자연 환경을 해치는 수산물 양식이 늘면 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해 피해가 커진다. 동남아시아에서 늘어나는 새우 양식(위 사진)으로 맹그로브 숲(아래 사진)이 줄어드는 것이 이런 경우다. 친환경 정책과 소비는 재해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동아일보DB·게티이미지코리아
9월부터 11월 사이는 새우철이라 소금구이 등으로 새우를 즐기는 이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새우를 1년 내내 먹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바로 동남아시아에서 양식한 타이거 새우를 많이 수입하기 때문입니다. 새우 양식은 맹그로브(mangrove) 숲과 관련이 있습니다. 맹그로브는 아열대 또는 열대 하구 기수역의 염생 습지나 해변에서 자라는 교목이나 관목입니다. 도대체 새우와 맹그로브 숲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해안 40km 지점에서 9.1∼9.3 규모의 초대형 해저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사망자 30만 명, 실종자 3만 명, 난민 169만 명이 발생했습니다. 20세기와 21세기 통틀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지진입니다.

역사상 가장 큰 지진은 1960년 칠레 앞바다에서 일어난 9.5 규모의 지진입니다. 하지만 이때 사망자는 6000명으로, 인도네시아 지진에 비해 훨씬 적었습니다. 그 이유는 인도네시아 지진이 영향을 미친 곳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고, 평소에 지진이나 쓰나미 등에 대한 대비 태세가 허술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러 온 외국인이 많아서 피해가 더 컸습니다.

지진은 인도네시아 앞바다에서 발생했지만 인도양 인근 21개국이 피해를 봤습니다. 아체주의 수도 반다아체에서는 4만5000명을 한꺼번에 묻은 공동묘지가 생길 정도로 참혹한 재해였습니다. 당시 아프리카 소말리아까지 피해를 봤는데, 배 117척이 가라앉고 2000여 명이 죽거나 다쳤지만 보상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때 피해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 어부여서 먹고살 길이 없어져 해적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런 난리 와중에 몰디브는 사망자 82명, 이재민 500명 정도로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국토의 80% 이상이 해발 1m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몰디브는 왜 피해를 덜 입었을까요. 몰디브의 주요 수입원이 관광산업이라서 개발을 최대한 억제하고 산호초와 맹그로브 숲을 잘 보존한 덕분에 파도의 타격을 덜 받았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맹그로브는 주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서 바닷물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릴 정도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중요한 식물입니다. 흔히 지구의 허파라고 하면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연상하지만 맹그로브 숲은 열대우림보다 6배가 넘는 탄소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맹그로브는 조수에 따라 물속에 잠기기도 하고 나오기도 하며 뿌리가 겉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바닷물 속에서도 살 수 있는 이유는 잎에 염분을 배출하는 특수한 기관이 있고, 파도를 맞아도 쓰러지지 않게 줄기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어 지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 호주, 인도 근해, 아프리카, 아메리카, 일본 오키나와현 등 일부 지역에 맹그로브 숲이 분포해 있습니다. 그런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세계 맹그로브 숲의 손실 추이를 대륙별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아시아의 손실이 가장 큽니다. 아시아의 맹그로브 숲은 대부분 동남아시아에 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의 맹그로브 숲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왜 몰디브처럼 맹그로브 숲을 보호하지 않았을까요.

일본인은 전 세계에서 새우를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새우의 70%를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 많은 새우가 어디서 공급되고 있을까요.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양식해 공급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만 해도 일본에서 소비되는 새우는 일본에서 생산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로 새우 양식이 옮겨간 것입니다. 이 새우 양식으로 인해 바다의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 역시 소득이 증가하면서 새우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어서 우리도 환경 파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먼 곳에서 먹을거리를 구하면 그곳에서 벌어지는 생태계 파괴 문제를 잘 모르게 됩니다. 또 이동 과정에 필요한 화석에너지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기후 온난화를 가속화시킵니다. 이런 문제점을 수치화한 것이 ‘푸드 마일리지’입니다. 푸드 마일리지는 먹을거리가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오는 데 걸린 수송거리에 수송량을 곱해서 구합니다. 세계화로 먹을거리의 수송거리가 늘면서 화석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입니다.

산지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푸드 마일리지가 상승해 기후 온난화가 가속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산지의 양식을 친환경적으로 해야 합니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맹그로브 숲 속에서 먹이나 항생제를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새우를 양식하는 친환경 방식이 쓰이고 있습니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 일반 새우에 비해 가격이 20% 높아 소득 증대에서 도움이 됩니다.

이런 정책과 더불어 되도록 국내 수자원을 보호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합니다. 국내 수자원 보호 정책 중 하나는 포획, 채취 금지 기간을 정하는 금어기입니다. 해양수산부는 대하를 보호하기 위해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금어기를 시행합니다.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는 대게와 꽃게를 비롯한 5개 어종에 금어기를 시행하고, 암컷 대게는 연중 포획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정 기간에 권역별로 조업금지구역을 선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금어기를 정하는 이유는 어종이 잘 번식해 해양자원의 이용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소비자는 되도록 친환경적으로 길러진 수산물을 먹고, 정부와 어부들은 금어기 등의 정책을 잘 지켜간다면 지구의 허파를 살리고 재난에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
#맹그로브숲#양식새우#환경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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