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10분 만에 아파트 계단 잠겨…이젠 비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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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8월 5일 17시 29분


5일 오전 찾은 용인 백암면 한 마트. © 뉴스1
5일 오전 찾은 용인 백암면 한 마트. © 뉴스1
5일 오전 찾은 용인 처인구 백암면 한 아파트 출입구 아수라장이었다. 합판과 고무대야, 의자 등 각종 물건으로 막혀있었고, 뿔뿔이 흩어진 주민들 대신 수해복구를 위해 모인 봉사자들의 목소리만 가득했다.

이 아파트 인근 빌라 주차장에서는 한숨 섞인 주민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곳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은 “내일 비가 전국적으로 온다는 데 얼마나 더 올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지난 2일 이후 용인 원삼면과 백암면에는 각각 449㎜, 304.5㎜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51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62억원의 피해액이 집계됐다. 현재는 14가구의 이재민만 백암면 행정복지센터에 남아있다.

이날 오전 만난 임중현씨(50대·가명)는 “물이 보인 지 10분도 안 돼서 물이 빌라 1층 계단까지 찼다”며 집중호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계단을 오르던 그는 “그래도 다친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 빌라 3층에 거주하는 오찬균씨(67)는 복구작업에 투입된 인력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청소해주시는 분들이 어제부터 와서 정말 잘 해주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곳에 오랜 기간 거주해온 주민들과 달리 학생들은 처음 겪은 집중호우에 긴장한 모습이었다.

떡볶이집에서 만난 유모군(17)은 “비가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인근 학교에 다닌다는 그는 “아직도 비가 왔다 안 왔다가 하고 있는데, 그만 왔으면 좋겠다”며 “일요일, 월요일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시는 이 동네에 못 올 줄 알았다”고 했다.

아파트 옆 주택에 거주하는 이재옥씨(84)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자포자기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씨는 “비가 내리는데 어떻게 할 도리가 있느냐”며 “천장을 뚫고 물이 내려온다. 비가 더 많이 올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곳 주민들이 많이 찾는 대형 식자재 마트도 이번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마트 밖은 각종 젖은 박스와 냉장고 등 물품들로 너저분했으며, 내부에서는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마트 직원 김정남씨(39)는 “일요일쯤 마트 안으로 들어가면 종아리까지 물이 찼었고, 입구에는 허벅지까지 찼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물건 값만 5600만원 정도 되고, 전기 배선 고장 등까지 하면 피해액이 더 올라갈 것”이라며 “무엇보다 앞으로 10~15일 정도 복구작업을 하느라 영업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고 말했다.

(용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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