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예상돼도 출입 안막고 방치
정부-지자체 우왕좌왕 부실 대응… 9년만에 최악의 인명 피해 발생
춘천 의암호서 경찰정 등 배 3척… 급류에 전복돼 1명 사망 5명 실종
6일로 44일째(중부지방 기준)인 올해 장마 기간 동안 41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2011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78명이 희생된 이후 9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피해다. 올해 아직 위력적인 태풍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심각한 피해가 난 것은 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미흡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부실한 대응 태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집중호우 대응 수위를 가장 높은 ‘비상 3단계’로 올린 것은 2일 오후 3시다. 충북 충주시(267mm)와 경기 안성시(286mm) 등에서 집중호우가 쏟아져 6명이 사망하고 부산 동구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3명이 숨지는 등 이미 22명(사망 및 실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뒤였다.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잇따르는 피해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해 뒷북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 사이 지자체들도 수해 예방과 대응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부산 동구는 지난달 23일 지하차도 침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차량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고 서울 관악구는 1일 도림천 물이 급속히 불어날 수 있는데도 진출입로를 제대로 차단하지 않았다. 경기 가평군은 급경사로에 펜션을 짓도록 허가해 놓고 산사태 가능성에는 대비를 하지 않았다.
6일에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춘천시 서면 의암호의 의암댐에서 경찰정과 관공선 등 선박 3척이 급류에 휩쓸려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경기 가평군에선 전날 소양강댐이 3년 만에 수문을 개방하며 북한강 수위가 상승해 한때 자라섬이 물에 잠겼다. 자라섬 침수는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춘천시 남이섬도 산책로와 선착장 주변이 물에 잠겼다. 서울은 9년 만에 한강대교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고 한강공원 11곳이 모두 물에 잠겨 진입이 통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경기 연천군 군남댐을 찾아 “북한이 황강댐 방류 사실을 우리에게 미리 알려준다면 군남댐 수량 관리에 큰 도움이 될 텐데 그게 지금 아쉽게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과거에 방류 사실을 알려주도록) 남북 간 합의가 있었는데 현재 그 합의가 실질적으로 잘 이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군남댐은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에 대비해 황강댐에서 남서쪽으로 56km 떨어진 곳에 2010년 세워진 홍수조절 전용 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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