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경찰서 고진형 경장, 집중호우로 불어난 중랑천 출동
물에 빠져 기절한 8세 아이 발견, 구조후 심폐소생술로 살려내
“아버지처럼 헌신하는 경찰될 것”
순직 경찰관의 아들인 20대 경찰관이 맨몸으로 급류에 뛰어들어 의식을 잃고 떠내려가던 8세 어린이를 구했다.
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의정부경찰서 고진형 경장(29)은 5일 오후 4시 40분경 의정부시 신곡동 신의교 아래 중랑천에 A 군(8)이 물에 빠져 떠내려간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고 경장은 사고 현장을 200m 앞둔 골목길에서 차량이 정체되자 차에서 내려 현장으로 뛰어갔다. 상황이 너무 다급한 나머지 구명조끼도 미처 챙기지 못한 채 동료 경찰관에게 구명조끼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고 경장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A 군은 급류에 허우적거리며 떠내려가고 있었다. 당시 중랑천은 집중호우로 물이 불어 어른 키 높이까지 수심이 올라왔다.
고 경장은 구명조끼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A 군의 생명이 위급하다고 보고 맨몸으로 물속에 뛰어들었다. 고 경장은 20m가량 급류를 따라 헤엄쳐간 뒤 바닥에 발이 닿자 A 군 쪽으로 황급히 다가가 의식을 잃은 채 떠내려가던 A 군을 들어올렸다.
고 경장이 A 군을 안고 물 밖으로 나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자 1분쯤 뒤 A 군은 의식을 되찾았다. A 군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고 경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수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물이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었다”며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어린아이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고 머뭇거릴 틈 없이 뛰어들었다”라며 구조 상황을 설명했다.
고 경장의 아버지는 순직한 고상덕 경감(사망 당시 47세)이다. 아버지 고 경감은 2009년 12월 경기 파주시 자유로에서 부하들 대신 과속차량 단속 업무를 하다 과속차량에 치여 순직했다. 당시 고 경장은 고교 3학년생이었다.
고 경감의 영결식은 경기경찰청장으로 엄수됐다.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는 유족에게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소중한 생명을 바친 고인의 숭고한 헌신과 부하직원에 대한 따뜻한 사랑에 경의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위로했다.
고 경장은 “경찰 일에 사명감을 갖고 충실하셨던 아버지를 보며 커서 경찰관 제복을 입겠다는 꿈을 키워 왔다”며 “아버지가 안타깝게 순직하셨지만 군복무 후 망설임 없이 경찰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고 경장은 이어 “어머니는 제가 며칠 전 아이를 구하는 모습을 뉴스로 보시고는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아버지처럼 헌신하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문수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급류 속에서 떠내려가는 어린이를 구한 고 경장의 의로운 행동은 모든 경찰의 귀감이 될 것”이라며 고 경장에 대한 표창을 경찰청에 상신했다. 경찰청은 이를 바로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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