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와해 공작에 기획한 혐의
1심, 이상훈·강경훈 각 징역 1년6월
2심 "증거능력 없어"…이상훈 무죄
노조와해 인정…임원들 실형 판단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상훈(65)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이 사건 노조와해 공작이 있었다면서도 이 사건 ‘CFO 보고 문건’ 등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인정되는 증거로는 이 전 의장의 공모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1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장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구속 상태인 이 전 의장은 이날 중으로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함께 기소된 강경훈(56)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는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또 목장균(56) 삼성전자 전무와 최모(58)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에게 각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도 형이 대부분 도과된 점을 고려해 보석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이와 함께 박상범(62) 삼성전자서비스 전 대표에게 징역 1년4개월을, 뇌물을 받고 이들을 도운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 김모(61)씨에게 징역 2년에 벌금 2500만원, 추징금 2300여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일부 삼성전자 직원들에게는 벌금형~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삼성전자 법인과 일부 협력업체 대표들에게는 1심과 같이 무죄 판단했다.
우선 재판부는 1심과 같이 ‘미래전략실-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로 이어지는 부당노동행위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는 미전실을 중심으로 노사전략을 수립해 각 계열사에 전파했고, 각 계열사는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어 노조 대응 상황을 마련했다”면서 “이는 헌법상 권리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근로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지속적인 안정과 갈등을 저해하는 악영향이 있다”며 “부당노동행위 피해 정도나 각종 부당행위가 다수 노동자에 대해 계획적으로 이뤄진 점을 보면 관여자들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 탈퇴·종용 혐의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 처분 혐의 ▲해운대 협력업체 기획 폐업 혐의 ▲시나리오에 따른 단체교섭 해태 혐의 등을 그대로 유죄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기본적 노동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했다며 1심과 같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이 사건 압수수색이 일부 위법하다며 ‘CFO 보고 문건’ 등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2018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 과정에서 삼성전자 본사 등에 대한 1차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 인사팀 직원의 증거인멸 정황과 삼성 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추단하게 하는 정보를 발견했다.
이후 삼성 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수사 중이던 주임검사실에 이를 통보했고, 해당 검사실은 이 사건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앞서 1심은 증거인멸을 시도한 삼성 인사팀 직원에게 1차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위법하지만, 압수목록이 교부됐고 모든 절차에서 참여권이 보장돼 압수수색이 적법하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며 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위법은 적법 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압수목록이 교부되고 참여권이 보장됐다고 해도 영장 미제시의 위법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이 전 의장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실형 판결한 1심과 달리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이 근거로 드는 ‘CFO 보고 문건’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유죄 증거로 사용 못 한다”며 “이 문건을 제외하고 이 전 의장이 공모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만약 문건의 증거 능력이 인정되면 결론을 달리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하지만 결코 이 전 의장에게 공모 가담이 없었다고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강 부사장의 양형 사유에 대해서는 “노사전략 수립이나 협력업체 정보 수집 등 위법행위를 실행했고, 책임이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목 전무에 대해 “비노조 전략 추진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으며, 최 전무에 대해 “주도적 역할을 하며 목적 달성을 위해 직원을 동원해 불법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등 위법행위에 광범위하게 가담했다”고 판결했다.
이 전 의장 등 삼성 관계자들은 옛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 전략을 기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된 지난 2013년 6월 종합상황실을 꾸리고 신속대응팀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1심은 이 전 의장과 강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다만 삼성전자 법인과 일부 직원, 협력업체 대표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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