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을 하면서 모은 종잣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한때 200억 원대 자산을 일궈 ‘슈퍼 개미의 신화’로 불린 표모 씨(66)가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표 씨는 한때 국내 기업의 불합리한 배당정책에 항의하는 소액주주 운동가로 활동했지만 주가조작의 유혹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표 씨에게 지난달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표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증권사 직원 박모 씨(62) 등 5명에게는 징역 2∼5년이, 2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법원에 따르면 표 씨 등은 2009년 8월경 코스닥 상장사인 건물관리 용역업체 A사 주가를 조작할 계획을 짜고 A사의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표 씨는 지인들에게 A사의 주식을 추천한 후 박 씨 등에게 소개해 주식 매매 권한을 일임하게 했다. 2011년 11월경 표 씨 일당은 A사 주식의 60% 상당을 장악했다. 시장 지배력이 커지자 표 씨 일당은 A사의 주식을 시세보다 높게 거래하는 등 방식으로 주가를 높였다. 2011년 2만4750원 수준이었던 A사 주가는 2014년 6만6100원대로 올랐다. 이들은 주가를 10만 원대까지 올린 뒤 외국계 펀드를 유치하거나 ‘개미’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판매하려 했으나 같은 해 8월 말부터 주가가 하락하며 주식을 투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전형적인 시세조종범의 형태”라고 밝혔다.
표 씨는 2006년 2월 모 제약사의 배당금 정책에 항의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표 씨는 “순이익 281억 원을 낸 회사가 어떻게 10억6400만 원만을 배당할 수 있느냐”며 소액주주 운동을 시작했다. 한때 이 제약사의 주식 4.99%를 보유해 ‘슈퍼개미’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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