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로 5명이 숨진 전남 곡성군 성덕마을 인근 도로의 토사 유출 방지 시설인 옹벽 설계가 콘크리트에서 보강토 블록으로 변경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보강토 블록 재질의 옹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산사태가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설계 변경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산사태의 원인을 확인할 방침이다.
10일 성덕마을 주민들과 전남도 도로관리사업소에 따르면 산사태로 파묻힌 주택 5채 위쪽 500m 지점인 야산 정상 부근에서 올 1월 국도 15호선(화순∼곡성) 확장 공사가 시작됐다. 이후 3월에 해당 지점 옹벽의 설계가 콘크리트에서 보강토 블록으로 변경됐다.
주민 박모 씨(74)는 “평생 살면서 성덕마을은 산사태가 난 적이 없다. 이번 산사태가 난 지점은 뒷산 경사도 20∼30도로 완만하고 숲이 우거져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박모 씨(62)는 “도로 확장 공사 관계자가 옹벽이 콘크리트에서 보강토 블록으로 변경돼 일이 편하게 됐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공사 현장에 흙을 많이 쌓아 놓았는데 그로 인해 토사가 흘러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주민들은 이번 산사태가 ‘인재(人災)’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공사 발주처인 전남도 도로관리사업소의 설명은 다르다. 사업소 측은 “산사태 당시 시간당 5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인근 다른 도로에서도 산사태가 일어났다”며 “사고 현장 뒷산은 중턱에서부터 무너져 내렸고 그 여파로 30분 뒤 도로 공사 현장 윗부분 100m가량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사업소 측은 또 “보강토 옹벽이 경제성도 있고, 공사 구간이 콘크리트 옹벽은 시공하기 힘든 점도 있어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토목 전문가는 “콘크리트 옹벽에 비해 보강토 옹벽은 덜 견고하지만 시공이 편리하고 비용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전남 곡성경찰서는 9일 산사태 및 토목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 조사를 벌이는 등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전문가 자문 결과 등을 종합해 도로 공사 관계자에 대한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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