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위에서 사흘 버틴 소, 극적 구출뒤 쌍둥이 송아지 출산
폭우로 소 30여마리 잃어버린 주인… 40km 거리서 2마리 찾아 ‘겹경사’
어미는 큰 눈을 새끼에게서 떼지 못했다. 품속의 새끼를 연신 혀로 핥았다. 새끼도 어미 쪽으로 고개를 돌려 눈망울을 끔벅거렸다.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축사 지붕에 고립됐다 전날 극적으로 구출된 6년생 어미 소가 11일 오전 쌍둥이 송아지를 낳았다. 소 주인 백남례 씨(61)도 예상치 못한 출산이었다. 백 씨는 “오전 5시경 소 울음소리가 들려 축사로 나가 보니까 어미 소가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며 기뻐했다. 예정보다 빠른 출산이라 새끼는 다른 송아지보다 몸집이 작았다. 백 씨는 “처음엔 새끼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어미 품속에 넣어주니 새끼들이 조금씩 움직였다”며 안도했다.
8일 오전 양정마을과 가까운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면서 사나운 물길이 마을의 축사를 순식간에 삼켰다. 어미는 물길에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다 옆집 지붕 위에 겨우 올라섰다. 구출될 때까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3일을 그렇게 버텼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데다 심한 스트레스 탓인지 어미의 젖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 백 씨는 걱정이다. 백 씨는 “홀몸도 아닌데 지붕 위에서 버틴 시간을 생각하면 안쓰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미는 구조되는 순간까지도 배 속의 새끼를 먼저 챙겼다. 구조대가 어미와 다른 소들을 구하기 위해 지붕 위에 올라서자 다른 소는 순순히 기중기를 타고 내려왔다. 하지만 어미는 필사적으로 구조의 손길을 외면했다. 진정제를 넣은 마취 총을 맞고서야 겨우 지붕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다. 백 씨는 “배 속 새끼를 해칠까 걱정돼 사람들을 피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백 씨는 폭우로 키우던 30여 마리의 소를 잃고 한동안 낙담했다. 하지만 기적 같은 쌍둥이 송아지 출산에 희소식이 또 들려왔다. 마을에서 40km 떨어진 경남 하동군에서 잃어버린 소 2마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소 인식표를 확인해보니 백 씨의 소였다. 백 씨는 축사 복구가 끝나는 대로 하동으로 달려가 구사일생 살아남은 소를 얼싸안아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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