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법무부 직제개편안, 철학적 고민 없다” 비판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12일 15시 21분


법무부, 하반기 직제개편 의견조회 진행
공판부 기능 강화 및 확대 방안 등 담겨
차호동 검사 "연구없이 만들어진 방안"

법무부가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직제개편안을 내놓자, 일선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개편안’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호동(41·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검사는 지난 11일 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법무부의 공판 분야 직제개편안에 대해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이 없이 만들어진 개편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법무부는 전날 오전 대검과 일선 검찰청에 ‘2020년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안)’ 공문을 보냈다. 이 중 법무부는 공판부 기능 강화 및 확대 방안으로 ▲1재판부 1검사제 지향 ▲부장급 단독공판실, 평검사로 구성된 공판·기소부로 이원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함에도 형사부 인력을 이관하는 만큼 형사부 업무이관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형사부(기소) 업무시스템을 재정립하겠다는 취지로 ▲(형사부 검사실을) 공판준비형 검사실로 개편 ▲전담별 전문사건 전담 처리 등의 방안도 내놨다. 이를 통해 ‘조서 없는 수사환경’을 확립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차 검사는 “1검사 1재판부의 의미는 검사 1명이 공판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가 지금과는 달리 더욱 풍성하고 다양해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현재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어떠한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1인이 재판부 1.8개를 담당해서 공판준비에 필요한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면서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건 맞으니 형사부 업무로 보충해보자는 의견은 어떠한 철학적 고민의 산물인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개편안의 발상은) 그야말로 끝없이 가벼운 생각의 한 단편”이라며 “형사부 인력을 이관하기에 앞서 공판부 검사가 해야 할 업무 정체성이 무엇인지, 특히 개편안이 하는 조서 없는 공판준비형 검사실 시스템에서는 어떠한지 한번이라도 깊은 고민을 해보았나”하고 되물었다.

또 “개편안의 공판준비형 검사실은 마치 기존 형사부 검사실이 조서를 받지 않는다거나 공판 자료를 충실히 작성하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전제해 ‘조사자 증언제도의 적극 활용’이라는 워딩이 난데없이 나왔다”며 “이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선 경찰-검찰-법원의 이해가 필요하고, 검찰이 직제개편으로 도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차 검사는 직제개편안에 담긴 ‘공판부 이원화’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여전히 공판부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단 한걸음도 발전하지 못한 채, 강화를 해야 한다고 하니 어려워 보이는 합의부에 고검검사, 고기수 검사를 배치하겠다고 한다”며 “그간 저호봉 검사들을 공판부에 (왜) 배치해왔지, 즉 속칭 저호봉 검사가 우선 배치되는 비선호 보직으로 인식됐는지에 대한 검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적었다.

해당 글에는 공감한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한 검사는 “제도가 마련된 근원적 이유나 시스템과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개편안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무엇보다 개편안 기저에는 형사부와 공판부를 낮게 보는 듯한 인식이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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